'초짜 감독'의 역발상이 '동부산성'을 무너뜨렸다.
인삼공사가 29일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원주 2차전에서 홈 팀 동부를 74대71로 꺾고 창단 후 첫 챔프전 승리를 거뒀다. 1승1패로 균형을 이룬 인삼공사는 31일부터 안방 안양으로 동부를 불러들여 3~5차전을 치른다.
챔피언전을 처음 치르는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체력전으로 끌고 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전 5명의 평균 나이(26.8세)가 동부의 주전들(평균 30세)보다 3살 이상 젊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1차전 때는 정규리그 내내 구사했던 전형적인 일대일 수비를 폈는데, 2차전은 지역방어를 비장의 카드로 들고 나왔다. 앞쪽에 양희종을 중심으로 세 명을 세우고, 골밑에 오세근과 크리스 다니엘스를 배치했다. 양희종이 위, 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수비를 도왔다. 동부의 특기인 '드롭 존(Drop Zone)' 수비와 비슷한 형태의 전술로 오히려 상대의 허를 찌른 것이다.
인삼공사는 빠른 공수 전환, 적극적인 골밑 리바운드 싸움을 하며 동부의 체력을 소모시켰다. 1차전에서 20―42로 압도당했던 리바운드가 2차전에선 32―30으로 앞섰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가 15―4로 훨씬 많았다. 오세근(19점 5리바운드)과 크리스 다니엘스(22점 10리바운드)가 공격 리바운드 5개씩 10개를 합작했다. 거물 신인 오세근은 60―61로 쫓아가던 4쿼터 종료 6분13초 전 역전 골밑 슛을 넣었고, 66―61로 앞서던 종료 4분31초 전에는 골밑 돌파로 68―61을 만들었다. 포인트 가드 김태술(14점 4어시스트 4스틸)은 후반에 11점을 집중했다.
반격 1승을 거둔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은 "압박 수비는 우리도 부담스럽다. 역작용이 올 수도 있다"면서도 "동부를 이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누가 먼저 지쳐 떨어지나 해보겠다"고 말했다.
동부는 1, 2쿼터에 19점을 몰아넣은 이광재(23점 3점슛 3개)의 원맨쇼를 앞세워 전반을 41―32로 앞섰고, 3쿼터까지도 57―51로 리드했다. 하지만 종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4쿼터에만 23실점(14득점)하며 무너졌다. 인삼공사의 수비에 말려 실책 18개(인삼공사 11개)를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