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 간에 가서명된 투자보장협정(BIT)에도 한미 FTA 협정과 거의 동일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Investor-State Dispute)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은 3개국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약으로 각 국이 내부 절차를 거친 후 오는 5월 중국서 열릴 3개국 정상회의에서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투자자·국가 간 소송 조항은 자국(自國)에 투자한 외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권리 보호를 보장한 장치로 전 세계 국가들이 맺은 2676개 투자보호협정과 300개 자유무역협정(FTA) 대부분에 포함됐다. 한국이 86개국과 맺은 투자보장협정 중 82개, 45개국과 맺은 FTA에도 이 조항이 들어있다. 외국 기업의 재산권을 지켜주고 국내 기업과 다른 차별 대우를 하지 않아야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도 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 기업들도 상대방 국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

한·중·일 투자보장협정도 각국 정부의 부당한 규제나 정책 변경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 가치가 하락했을 때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외국 회사에 주고,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상대 국가는 자동적으로 소송에 응하도록 했다. 한미 FTA 내용과 똑같다. 한·중·일 투자협정의 ISD 조항이 한미 FTA와 다른 것은 정부의 허가 절차가 끝나지 않은 외국인 투자는 외국 회사에 소송할 권리를 주지 않은 점이다. 앞으로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이 한·중·일 FTA로 발전하면 한미 FTA처럼 모든 외국인 투자에 ISD 조항이 적용된다.

국내 좌파 시민단체와 종북(從北) 세력은 한미 FTA의 ISD 관련 조항을 대표적인 '독소(毒素) 조항'이라고 선전해왔고, 일부 판사·변호사는 한미 FTA가 우리 헌법의 국민 재산권 보호 조항과도 충돌해 '사법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집권하면 한미 FTA를 폐기할 것"이라면서 가장 문제가 있는 조항으로 내세웠던 것도 이 조항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거의 똑같은 ISD 조항이 들어간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에는 반대 성명을 내놓거나 폐기를 주장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별의별 주장을 끌어왔지만 극한적 반대의 근본 이유는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이라는 걸 실토한 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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