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전도사, '컴컴한 곳' 피해 江南서 당선되면 뭐하나

조선일보
입력 2012.03.18 23:04 | 수정 2012.03.18 23:29

새누리당이 18일 서울 강남을(乙)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천했다. 김 전 본부장은 FTA에 반대하며 자기를 '매국노 이완용'이라고 불렀던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대결을 벌인다. 김 전 본부장은 "선거를 통해 FTA에 대한 바른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남을은 한나라당 후보가 2008년 총선 때 44% 포인트, 4만표차로 이겼고, 탄핵 총선 때인 2004년도 24% 포인트, 2만9000표차로 이겼으며, 2000년 총선 땐 28% 포인트, 3만표 차로 승리했다. 어떤 지옥 같은 정치 상황에서도 강남을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천당이었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것은 강남을에선 '당선 확정'으로 통했다. FTA에 대한 찬성 여론도 압도적으로 높은 곳이다. 김 전 본부장이 이런 지역에서 승리한다 해서 FTA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세상 물정 깜깜한 새누리당 공천 심사위원들 말고는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 전 본부장은 FTA 전도사라 불려 왔다. 그가 한미 FTA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에 국민들이 휘둘리는 상황이 안타까워 자기 몸을 던져서라도 그걸 바로잡겠다는 결의(決意)가 간절했다면 FTA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거나 오히려 불리한 지역에 나섰어야 했다. 새누리당 안에선 김 전 본부장이 수도권 박빙 선거구에서 FTA 심판을 내걸고 정면 승부를 걸어주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은 얼마 전 방송에서 강북 출마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어디 컴컴한 데서 (출마)하라고 하면…"이라며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미 FTA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의 거의 두 배였다. 그러나 갈수록 그 격차가 좁혀져 요즘엔 찬성 여론이 약간 더 높은 정도다. 기본적으론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되는 말, 안 되는 말로 극성스럽게 부정적인 여론을 퍼뜨린 탓이다. 통상교섭본부는 이런 상황에서 전문용어로 범벅이 된, 일반인은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해명서를 내놓곤 했다. 또 FTA 반대 변호사 한 명이 협정문 오역(誤譯)을 찾아내 지적할 때마다 뒷북 대응을 해 협정문의 번역이 잘못된 부분이 296곳이나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통상교섭본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곤두박질쳤다. 김 전 본부장은 이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 김 전 본부장이 위험 부담이 따르는 강북의 '컴컴한 곳'을 피해 땅 짚고 헤엄치는 강남을에서 출마해 "FTA에 대한 심판을 받겠다"고 하니 듣는 사람조차 면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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