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화력, 소방서에 27분 늦게 신고… 무리한 자체 진화 시도가 火 키웠다

    입력 : 2012.03.17 03:12

    1·2호기 핵심시설 태워
    세계 첫 '4500일 무고장 운전' 기록 지키려 했다는 의혹도

    국내 최대 규모 석탄 화력발전소인 한국중부발전 소속 충남 보령화력발전소가 화재를 무리하게 자체 진화하려다 소방서에 30분 가까이 늦게 신고하는 등 허술한 초기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오후 10시 30분쯤 한국중부발전 소속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에서 불이 나 1·2호기의 핵심시설인 터빈동 등 발전설비를 태우고 11시간여 만인 16일 오전 10시쯤 꺼졌다. 당시 1·2호기에 14명이 근무 중이었지만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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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11시쯤 충남 보령에 위치한 국내 최대 화력발전소인 보령화력발전소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화재 초기부터 보령화력발전소는 우왕좌왕했다. 소방서 및 발전소 직원들에 따르면 15일 저녁 10시 30분 화재경보 알람이 울렸고, 직원들이 35분쯤 보령화력 1·2호기 지하 1층에서 불이 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발전소 소방용역업체와 직원들로 구성된 소방대가 자체 소방차 1대를 끌고 5분 뒤 화재현장에 도착했지만 불길이 이미 번진 상태여서 불을 끄기는 역부족이었다. 10시 40분쯤 발전소 내 근무자 등 30여명이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했지만 이것도 허사였다. 발전소 측은 10시 47분쯤 지식경제부 종합상황실에 보고한 뒤 10시 57분에야 119에 신고했다. 화재경보가 울린 지 27분이 지나서야 소방서에 알린 것이다.

    이와 관련, 중부발전 곽병술 처장은 "제어실에서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왔는데 이것만으로는 불이 붙었는지 알 수 없어 직원이 급히 전기룸으로 달려가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조금 걸렸다"고 설명했다.

    발전소가 자체 운영하는 소방대도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9명의 소방용역업체 직원과 일부 직원들로 구성된 소방대가 소방차 1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용역업체 직원 중에는 소방관 출신은 없었다. 소방 관련 학과 출신, 또는 소방설비 자격증 보유자가 일부 포함돼 있을 뿐 전문 진화기술을 보유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발전소 측은 지난달 보령화력 3호기를 '세계 최초 4500일 무고장 운전기록'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고려하는 등 최근 안전성을 집중 홍보해 왔다. 이런 중에 화재가 발생하자 무리하게 자체 진화를 시도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소방 당국과 발전소 측은 아직 확실한 피해 내역과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1·2호기의 케이블 등 주요 시설이 탄 데다 주변 터빈과 제어시설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커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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