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안함 유족 "내 아들이 해적질하다 죽었나"

입력 2012.03.12 03:16

2주기 추모 위해 대전현충원 찾은 유족 16명… "분통 터져 못 살겠다"
"해군을 소말리아 해적 취급, 당신들 아들·오빠가 죽어도 그런 말 나올 수 있겠나
정신 나간 소리를 하면서 정치한다고 나서다니… 우리 아들 명예 어디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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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사건 발생 2주년을 보름여 앞둔 10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은 고 안동엽 병장의 아버지가 묘비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을 소말리아 해적 취급하다니. 당신들의 아들, 오빠가 죽어도 이런 말이 나옵니까?"

천안함 폭침 사건 전사자 고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50)씨는 10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찾아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를 비롯한 전사자 유족 16명은 천안함 폭침 사고 2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이날 이곳에 모였다.

이날 유족들은 자신의 아들 비석뿐만 아니라 다른 천안함 희생자 45명의 비석 모두를 정성스럽게 닦았다.

유족들은 비석을 닦다가 중간 중간 눈물을 훔쳤다. 고 이상준 중사 아버지 이용우(63)씨는 아예 비석을 외면한 채 먼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고 이상준 중사의 어머니 김이영(56)씨는 "다 내 자식이니까. 내 아들이니까"라며 고 차균석, 박보람 중사의 비석을 닦고 있었다.

30분 동안 비석을 닦고 난 유족들은 하나둘씩 모였다. 유족들은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경선후보인 김지윤(28)씨가 제주해군기지를 "해적 기지"라 표현한 것을 두고 상처받은 마음을 털어놨다.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58)씨는 "해적 기지라는 표현을 듣고 세상에 있는 모든 욕을 마음속으로 되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임 중사는 강씨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다 막내였고, 강씨가 힘들 때면 올드팝을 불러주며 마음을 달래주던 '친구'였다. 고 박정훈 하사의 어머니 이연화씨는 "이번에 북송된 분들이 이 땅에 오시고, 대신 그런 사람(해적기지라고 부르는 사람들)들을 북한으로 보내야 된다"고 말했다. 고 박 하사의 아버지 박대석(52)씨는 "나는 해적 193기요. 나라 지키는 군인들 보고 해적이라니"라고 말을 맺지 못했다. 그는 1978년부터 3년 동안 수송함을 타고 백령도 최전방 앞바다를 누빈 해군 출신이다. 집안의 장손인 고 박 하사는 해군 출신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며 해군에 입대했었다.

10일 오후 2시 천안함 폭침 사건 발생 2주년을 앞둔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용사 묘역. 전사자인 고 박정훈 하사의 비석 앞에서 그의 어머니 이연화(50)씨가 슬픔에 잠겨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 박 하사의 할아버지 고 박동방씨는 6·25 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로 국립영천호국원에 안장돼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유족들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말을 바꾸는 정치인들을 원망했다. 고 신선준 상사의 아버지 신국현(61)씨는 "노무현 정부 때 대양해군으로 가야 한다며 지으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며 "내 속이 터진다. 정치인들이 표만 생각해 안보조차 너무 쉽게 다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나현민 상병 아버지 나재봉(54)씨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진행자 김용민씨가 9일 김지윤씨에게 "쫄지 말아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용민씨가) 영향력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말 해대면 우리 아들들 명예는 누가 지켜주느냐. 우리 아들이 해적질하다가 죽었단 말인가"라며 "반드시 사과받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민주통합당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유족 이인옥씨는 "해군이 해적이면, 육군은 산적인가? 경찰은 도적인가?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하면, 육군 벙커는 산적산채인가? 정신 나간 소리를 하며 정치한다고 나서니"라며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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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사건 발생 2주년을 보름여 앞둔 10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은 고 문규식 상사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2년이 지났지만 천안함 폭침 사고의 아픔은 유족들에게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2일은 천안함 폭침 사건 음력 2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이날 경기도 평택 2함대 내 사찰인 해웅사에선 '천안함 46용사 진혼제'가 열렸다. 고 이용상 하사의 어머니 박인선(47)씨는 슬픔에 진혼제 자리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진혼제날과 생일이 같은 아들 생각을 주체할 수 없어 견딜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강금옥씨는 대전 자택에서 40분 거리 천안함 용사 묘역을 매일 찾아와 묘역의 46개 비석을 닦는다. 강씨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아들 생각만큼은 그렇지도 않더라"며 "사고 직후나 1주기나 2주기 맞는 지금이나 너무도 보고 싶다. 가슴에 더 사무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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