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원하는 대로 웹애플리케이션을 꾸밀 수 있는 줌닷컴 초기화면.

네이버와 구글의 중간 형태를 지향하며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 등장한 새로운 포털 서비스 '줌(zum.com)'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 9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10월부터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6개월여 만에 방문자 수에서 국내 사이트 70위권(주간 순방문자 180만명)까지 올라왔다.

알집, 알툴스 등을 만드는 이스트소프트 계열인 줌인터넷의 이 서비스는 네이버와 다음이 검색 점유율 9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파란닷컴 이후 7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등장한 포털 서비스다. '개방형 포털'을 모토로 내건 줌은 기존 포털과 초기 화면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소위 '웹 애플리케이션' 방식을 도입, 마치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받아 화면을 꾸미듯이 이용자들은 애용하는 검색, 카페, 웹툰 등 자신의 취향대로 '나만의' 초기화면을 꾸밀 수 있다.

뉴스 코너에서는 소위 '낚시성' 뉴스 제목이 사라졌고, 광고를 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사 편집 원칙에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 낚시성 기사 배제 ▲특정 연령·계층에 편향되지 않은 기사 선택 ▲정치적 중립 등의 원칙이 빼곡히 명시돼 있다. 대부분의 국내 포털도 뉴스 편집 원칙을 갖고 있지만, "낚시성 제목을 배제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곳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줌 뉴스편집팀에서는 각 언론사가 보내온 기사에서 '낚시성 제목'을 걸러내는 일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한 포털에는 '채선당 폭행 주범 잡고보니…'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는데, 내용과는 동떨어진 제목이었다. 원래 이 기사는 '채선당 폭행 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했던 종업원 호출용 차임벨에만 의존하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내용의 칼럼이었다. 줌은 아예 이 기사를 초기 화면에 올리지 않았다. 뉴스편집 책임자인 이상철 부장은 "네이버 뉴스 캐스트가 경쟁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일부 매체가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네이버용으로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기사를 보낸다"며 "우리는 선정적이거나 '낚시성'이 강한 제목의 기사는 같은 사안을 다룬 다른 매체 기사를 올리고, 대안이 없을 경우 제목을 조금 고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30대 주부 옷가게 탈의실에서…'나 '○○○ 결국…' '○○○ 알고 보니…' 식의 제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뉴스에는 광고도 들어가지 않는다. 요즘 포털에서 기사 제목을 클릭해 뉴스를 읽으 려면 해당 페이지에 있는 광고가 뜨는 데만 3~4초씩 소요되곤 한다. 하지만 줌은 기사 내용이 제공되는 화면에서 광고를 없애 제목 클릭과 거의 동시에 뉴스를 읽을 수 있게 했다. 줌 인터넷 측은 "이용자들이 뉴스를 열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우리 사이트가 가장 짧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많은 이용자가 기존 포털에 익숙해져 있는 가운데, 네이버 주간 순방문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줌의 시도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비유될 수 있다. 한데 왜 이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일까. 정상원 줌인터넷 부사장은 "일부 대형 포털이 이용자들로 하여금 '바깥세상'을 구경도 못하게 만드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보고 싶었다"고 했다. '개방형 포털'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네이버에서 '당뇨병'을 검색하면 당뇨병에 대한 의학정보를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주식시장 정보도 직접 제공하고 있지만, 줌에서 당뇨병을 검색해 정보를 확인하면 '비타민MD'라는 전문 사이트로 연결됐고, 주식정보는 '팍스넷' 사이트로 연결됐다. 이를 통해 좀더 많은 중소 사이트가 공존할 수 있는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

정 부사장은 "포털의 원래 역할이 검색을 통해 다른 사이트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인데 현재 국내 포털은 모든 정보를 스스로 제공하고 이용자들을 자기들의 영역 안에 잡아두고 있다"며 "어느 순간 다른 사이트로 가는 길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길을 뚫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수익은 여느 포털과 다름없이 검색 광고를 통해 낼 계획이다. 하지만, 검색 결과물과 함께 제시되는 '스폰서 링크' 등의 광고 역시 10개를 넘지 않게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