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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日 손님 1명 때문에, 전북 장수군이 난리 났다는데…

  • 장수=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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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3.10 03:04 | 수정 : 2012.03.11 17:37

    후쿠시마 주민 이주 희망? 언론에 보도 나오자마자 네티즌들 야단법석
    "장수군이 핵폐기장이냐" 군청 직원한텐 "매국노"
    장수군청은 "계획 없다" - 日손님 안내한 것은 사실… 장수 군민들은 정작 조용
    "이사 와 인구 늘면 좋지 방사능이 전염되나"

    인구 2만3000명으로 '무진장(무주·진안·장수)'에서는 물론이고 전라북도 내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 장수군이 논란에 휩싸였다. 장수군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군청에는 항의 전화가 폭주했으며 장수군 농산물 불매운동 이야기까지 나왔다. 도대체 이 평온한 청정지역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일교차가 20도까지 벌어져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사과 산지인 이 고을에 지난달 16일 6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그중 한 명은 1년 전 대지진에 이어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 후쿠시마(福島)에서 온 A(70)씨. 나머지 다섯 명은 통역, 가이드, 운전기사 등 한국인들이었다. A씨는 스스로를 목사라고 소개하고 "지진이나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며 "이미 제주도를 돌아보고 왔다"고 말했다. 이들 일행은 장재영 장수군수를 면담하고 군청 직원의 안내를 받아 2시간가량 장수 군내를 둘러보고 돌아갔다. 이후 20여일이 지나도록 이들은 아무런 다른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일본인들이 집단 이주할 곳을 찾느라 둘러봤다고 알려진 전북 장수가 뜨거운 논란의 현장이 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장수군과 일본인들이 이주계약을 했다”는 황당한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특산물인 사과 조형물이 있는 장수읍 입구 모습. / 장수=한현우 기자
    일본인들이 집단 이주할 곳을 찾느라 둘러봤다고 알려진 전북 장수가 뜨거운 논란의 현장이 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장수군과 일본인들이 이주계약을 했다”는 황당한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특산물인 사과 조형물이 있는 장수읍 입구 모습. / 장수=한현우 기자

    일본인 A씨는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명의 물 프로젝트 실행위원회' 일도 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일원이다. 그가 장수에 온 것은 말 사육산업과 낙농업, 청정·친환경 농업에 주력하고 있는 장수와 후쿠시마의 조건이 비슷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논란은 이 사실이 보도된 지난 5일 불거졌다. 연합뉴스는 이날 "일본인 A씨가 후쿠시마 지역 주민 40여명과 이주 문제를 협의한 뒤 이주 여부를 장수군에 알릴 계획"이라며 "장수군 계남면과 천천면 가운데 한 곳에 90만㎡(약 27만평)를 사들여 벼농사나 말 사육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 장수군 홈페이지에 "일본인 집단이주 반대" "장수군이 핵폐기장이냐" 같은 항의 글이 수백건 쏟아졌다. 어떤 이는 장수가 논개의 고향임을 들어 군청 직원을 '매국노'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Why] 日 손님 1명 때문에, 전북 장수군이 난리 났다는데…
    2009년 7월에 개설된 장수군 자유게시판에 지난 2년 반 동안 올라온 글보다 지난 5~7일 사흘간의 글이 더 많았다. 5일 군청 기획홍보과는 전 직원이 "군청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 "장수 사과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항의전화를 받느라 업무를 못 볼 지경이었다. 국내 언론은 물론,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매체들까지 장수군에 전화를 걸어왔다.

    결국 장수군은 6일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워 "우리 군에는 일본인 이주 관련한 어떤 계획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항의는 그치지 않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원전피해 일본인 장수 집단이주 반대' 청원이 시작돼 8일 현재 4000명가량이 서명한 상태다.

    그러나 7일 찾아간 장수군의 입장은 보도내용과 사뭇 달랐다. 우선 장수군에서는 '후쿠시마 주민 40여명'이나 '90만㎡'라는 구체적인 말을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또 '계남면과 천천면 중 한 곳'이란 표현 역시 장수의 자랑인 장수승마장, 승마체험장,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을 보여주기 위해 계남면과 천천면에 갔을 뿐이란 것이다. 특히 계남면은 장수목장을 가는 길에 지나치기만 했다고 한다. 정작 A씨는 말 목장이나 승마장엔 별 관심이 없고 산세(山勢)와 풍광, 향(向)에 관심을 보였다.

    장수군은 애초'일본인 마을'을 호의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장수군수가 A씨 일행과 면담했고, 직원을 시켜 지역 안내도 했다. 전라북도도 마찬가지다. 이 사실이 알려진 것 자체가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지난달 말 시·군 순방 때 장수군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도청으로 돌아가 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비롯됐다.

    현지에서 만난 장수군민들의 말도 네티즌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장수읍내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백모(79)씨는 "일본인이든 누구든 이사 와서 장수 인구가 늘면 좋은 일"이라며 "방사능이 전염되는 것도 아닌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별로 관광할 것 없는 동네에 일본인 마을이 생기면 좋은 것 아닌가"라면서도 "방사능 피해자들이 오는 게 좀 꺼림칙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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