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크다. 하지만 정부는 추락을 받쳐 주는 안전망 역할보다는 도약을 뒷받침해주는 뜀틀 역할을 해야 한다.”(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
'자본주의 4.0 :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주제로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최한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가 7일 막을 내렸다. 이틀 동안 진행된 콘퍼런스에선 국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가진 전직 총리 7명과 글로벌 기업 CEO, 석학 등 41명이 참석해 금융 위기 이후 함께 만들어야 할 자본주의의 미래상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콘퍼런스의 '조선 디베이트(debate·논쟁)'에선 자본주의 4.0시대 국가·복지의 역할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라이시 전 장관이 말한 '뜀틀 정부론'에 대해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는 "뜀틀이 정부가 해야 하는 복지의 역할을 잘 표현해준 것 같아 매우 맘에 든다. 하지만 유럽 연금제도와 같은 비대한 복지제도는 마치 암(癌)과 같다. 암처럼 점점 번져가며 다른 세포를 죽이고 결국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한다"고 말했다.
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세(稅)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칼레츠키는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 질문하기 전에 부자가 세금을 더 낸다고 해서 재정 적자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부자세로 추가 공공지출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했다. 라이시는 "30년 전에 비해 미국 중산층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현재 전체 부(富)의 40%를 상위 1%가 갖고 있다. 부자의 소득에 더 세금을 매기거나 금융 거래에 0.5%의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청중은 두 사람의 토론 뒤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지급된 태블릿PC를 사용해 표를 던졌다.
‘부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에는 65%가 찬성했고,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중 어떤 게 바람직한가’에는 78%가 작은 정부를 선택했다. 부자세 필요성엔 라이시의 손을, 작은 정부론엔 칼레츠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본격적인 토론 전 실시한 사전 투표 결과(부자세 찬성 67%, 작은 정부 선호 75%)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