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의 1세션 ‘위기 극복의 정치 리더십’에선 당면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할 극복 방안에 대한 전직 지도자들의 다양한 제언이 쏟아져 나왔다.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는 “분명한 것은 지금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국가는 개혁이 가장 뒤처진 국가라는 점”이라며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포용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 논리만으론 자본주의에 대한 비관주의가 팽배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실업 문제였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자본주의의 위기는 '실업'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며 "합리적 복지는 리더가 '돈'을 분배하는 형식이 아니라, '일'을 분배하는 형식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노동시간 조정, 3차 산업 중심에서 1·2차 산업 육성으로 산업 정책을 조정함으로써 국민 수준에 맞는 산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란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실업 해소를 위한 재교육 시스템과 중장년 근로자의 양보를 강조했다. 그는 "청년 실업자를 최대한 노동시장의 근(近)거리에 둬야 한다"며 "국가가 노년을 보장할수록 청년들에게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계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통해) '직장'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구조 조정을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 문제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페르손 전 총리는 "빚을 진다는 것은 정치적인 자율성을 잃는 것"이라며 "빚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위기는 리더를 겸손하게 만든다"며 네덜란드가 부채 위기에 빠졌을 때 경험한 일을 소개했다.

"1994년 재무장관에 취임했을 때 네덜란드의 부채비율은 GDP 대비 120%에 달했다. 나는 해외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20대에 불과한 뱅커들 앞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설명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들에게 돈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경험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고통스러웠지만, 올바른 일을 했기 때문에 재선(再選)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장관은 “오늘의 위기를 자본주의의 위기라기보다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부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닌 지역에서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민주주의적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해서 자본주의를 뒷받침해줄지 의문이다.” 토론자들은 그래도 민주주의의 합의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비록 어렵더라도 민주주의 의회제도를 사용해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더 큰 위기 상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페르손 전 총리도 “사회적 합의는 포퓰리즘의 유혹을 물리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을 이끌기 위해 포용적 정치(inclusive politics)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일본 총리는 ‘아시아적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정치의 역할은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라며 “이전까지 GDP 중심의 경제 발전을 추구해 왔다면 이제는 아시아적인 가치를 접목해 ‘행복’을 얼마나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포퓰리즘 비판을 받았던 자신의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프로 골퍼와 경기를 하려면 핸디캡이 주어져야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듯이 빈곤층에겐 (이들을 도와줄) 정부의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는 “포퓰리즘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기회균등의 원칙’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압둘라 바다위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영토권 분쟁이 일어나는 이웃국가들과도 각각 우호와 협력 관계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주변 국가와의 우정관계가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은 “지금까지 해오던 자본주의의 형태를 바꿔서 어떻게 자본주의를 생존시킬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