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갉아먹는 과잉진료 건수, 3년새 60% 늘었다

조선일보
  • 김민철 기자
    입력 2012.03.07 03:10 | 수정 2012.03.08 05:53

    수익에 눈먼 병원들 - 입원 30일간 CT촬영 24번, 치질은 바로 수술대로
    "진료할 때마다 돈 받는 현 의료 비용체계 문제, 질병별로 비용 정해진 포괄수가제 확대해야"

    지난해 대구에 있는 한 대학병원은 이모(44)씨가 뇌출혈로 입원하자 30일 동안 24회나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었다. 한번에 6만6020원씩 160만원이 들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0일 동안 별다른 증상 변화가 없었는데 거의 날마다 CT 촬영을 한 것은 과잉진료라고 판정했다.

    병원들 사이에서 경쟁이 심해지면서 환자들이 돈을 더 쓰게 하는 과잉진료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일 본지가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병원들이 과잉 진료 판정을 받은 건수는 2007년 1164만건에서 2008년 1789만건, 2010년 1874만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3년 만에 60% 증가한 것이다.

    과잉진료 금액도 2007년 1678억원에서 2010년 1965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과잉진료 금액이 1062억원에 달했다.

    과잉진료가 늘면서 환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보고서 의료불만 항목을 보면 비싼 의료비, 치료결과 미흡 등은 수치상 변화가 거의 없지만 과잉진료의 경우 2003년 10.7%에서 2010년 25.5%로 급증했다.

    가장 흔한 과잉진료 사례는 단순 증상에도 X-레이부터 찍거나 CT나 MRI 등 고가(高價)의 검사를 권유하는 것이다. CT 촬영 건수는 2006년 241만건에서 2010년 525만건으로 120% 증가했고, MRI 촬영 건수도 2006년 44만건에서 2010년 73만건으로 66% 늘었다. 전문가들은 CT·MRI 검사를 적용하는 분야가 늘어났지만, 상당수 병원들이 검사를 많이 한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촬영을 유도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환자들의 입원 일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두 번째로 긴 것도 과잉진료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오래 입원할수록 병원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백내장·치질 등은 필요 이상으로 수술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규주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입원진료 2위가 치질수술인데, 과연 꼭 필요한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지 의문"이라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내게 온 환자 중 열에 아홉은 수술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 의료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위별 수가제'란 의사가 진료를 많이 할수록 진료비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종구 /focus.chosun.com/org/orgView.jsp?id=80" name=focus_link>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예방적 의료서비스는 적은 반면, 수술 등 치료 쪽은 과잉진료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행위별 수가제 대신 질병별로 치료 가격을 미리 정해놓는 '포괄수가제'를 점차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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