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한류(韓流)'가 책을 통해 본격 확산된다. 내년 2월 영국의 세계적 미술 전문 출판사에서 한국 현대미술 안내서 'Korean Art:The Power of Now(한국 미술:지금의 파워)'가 출간된다. 런던의 미술 전문 출판사 트랜스글로브(TransGlobe)가 기획하고 세계 굴지의 미술 전문 출판사 템스앤허드슨(Thames&Hudson)이 판매하게 된다. 가로 25㎝, 세로 29㎝ 판형의 하드커버로 308쪽가량인 이 책에는 이우환(76), 김수자(55), 서도호(50) 등 생존 한국 현대미술 작가 100명과 미술평론가 인터뷰, 국립현대미술관·삼성미술관리움 등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갤러리 등에 대한 정보가 실린다.
◇템스앤허드슨서 배포·마케팅 맡아
영미권 출판사가 한국 현대미술 현장을 다룬 책을 자체 기획해 출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특히 배포·마케팅을 맡은 템스앤허드슨은 파이돈(Phaidon·영국), 타셴(Tashen·독일)과 함께 세계 3대 미술 전문 출판사로 꼽힌다. 트랜스글로브는 이미 이 책과 같은 시리즈(country-specific contemporary art books)로 2009년부터 이란, 터키, 아랍, 러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책을 템스앤허드슨과 함께 출간했으며 오는 11월엔 브라질 편도 출간 예정이다. 하나같이 최근 세계 미술계에서 부상하는 국가이지만 부제에 '파워'를 넣은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트랜스글로브 관계자는 "'한국미술…'도 템스앤허드슨에 공동 출판(co-publish)을 제안해 구두 계약한 상태"라고 했고, 템스앤허드슨의 제이미 캠플린 상무이사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했다. 공동 출판이 성사될 경우 이 책은 표지에 출판사명이 '템스앤허드슨'이라고 찍혀 아마존을 비롯한 전 세계 서점에서 유통된다.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인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출판사 공신력은 책의 공신력으로 이어진다. 한국 관련 책이 인지도 있는 출판사 이름으로 발행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했다.
◇해외 미술계, 한국 정보에 목말라
트랜스글로브는 2년 전부터 이번 책 출간을 구상해왔다. 호세인 아미르사데기 발행인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한국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국 현대미술의 굉장한 잠재력에 주목했다"고 기획 동기를 밝혔다. 책 출간과 관련, 한국 미술계 접촉을 맡고 있는 런던의 아트컨설턴트 노희진씨는 "해외에서 한국 작가들이 전시를 많이 하면서,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이 한국을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으로 인식하게 되었지만, 막상 정보가 없어 갑갑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인 국내 작가들의 해외 전시 건수(한국문화예술위)는 1990년 95건, 2000년 151건, 2010년 304건으로 최근 20년 새 괄목할만한 폭으로 증가했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는 "해외 출판사에서 한국 현대미술 책을 직접 기획해 출간한다는 것은 한국 미술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