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의 오다카 마을은 마치 유령 도시 같았다. 25일 찾아갔을 땐 눈이 쌓인 거리도, 집도 건물도 텅텅 비어 있었다. 마을 입구 저지대는 폭격을 맞은 듯한 처참한 형상이 3·11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을 뒤흔든 지진 피해와 원전 사고의 공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차로 마을 중심부를 지나가자 폭삭 허물어진 주택이 도로를 절반쯤 막고 있었다. 지붕은 멀쩡했지만 기둥과 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한 공장에는 '오다카공장'이라는 간판이 떨어져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3·11 지진으로 공장과 수퍼마켓 등의 벽이 허물어져 뻥 뚫려 있는 곳도 많았다.

허겁지겁 대피한 흔적 그대로

인적없는 거리엔 신호등이 빨간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대낮인데도 전등이 켜진 점포가 있어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상점 내부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피난 당시의 긴박감을 느끼게 해줬다. 이곳 주민 상당수는 지난해 3월 12일 후쿠시마 원전 1호기 건물이 수소 폭발하는 소리를 직접 듣고서야 공포에 질려 급히 마을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주택가와 공장 등에는 멀쩡한 차들도 주차돼 있었다. 원전 사고 직후 피난 가면서 기름이 없어 그냥 두고 간 차도 있다. 자전거 가게에는 새 자전거들이 그대로 있었다. 셔터도 내리지 않고 주인이 떠난 건물도 많았다.

이곳뿐만 아니라 인근 후타바마치(雙葉町)·나미에마치(浪江町) 등 20㎞ 내 지역은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중심부를 벗어나려는데, 빈집털이를 막으려고 순찰하는 경찰 순찰차와 후쿠시마 원전 관련 작업차들과 스쳐 지나갔다. 경계 구역에 들어서고 나서 처음 대한 '인기척'이었다. 마을 외곽으로 가자 도로변엔 넘어진 나무들이 방치돼 있었다. 마을 주변의 논과 밭은 1m 이상 자라서 말라 비틀어진 잡초 때문에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동행한 현지 주민은 "여름에는 사람 키만큼 자란 잡초가 집들을 뒤덮었다"고 했다. 마을 외곽에는 방치된 소와 돼지를 잡으려고 정부가 설치해 놓은 포획 시설도 있었다. 소들이 먹이를 먹으면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장치로, 일본 정부는 이렇게 잡은 소를 주인 동의를 얻어 도살하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 태어나 농장 표지가 없는 소는 그냥 도살한다.

일본 미나미소마(南相馬)시 오다카(小高)구의 한 거리. 지난해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쓰나미 때 주저앉은 가옥이 1년 가까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인적 없는 사거리에 있는 신호등은 빨간색 불만 깜빡이고 거리엔 가재도구나 귀중품을 챙기려고 집을 찾는 이재민의 승용차나 복구 작업 차량이 이따금 오갈 뿐 폐허 같은 느낌을 준다.

주민 1만2000명 떠돌이 생활 중

오다카구에 살던 주민 1만2000여명은 모두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아예 후쿠시마현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간 사람도 많다. 이곳 출신인 사이토 사치코(48)씨는 작년 3월 12일 마을을 떠난 후 5번이나 옮겨다녔다. 처음엔 인근 미나미소마 시내로 대피했지만,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상점이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마실 물조차 구할 수 없어 후쿠시마시로 갔다. 현재 미나미소마 시내에서 거주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그녀는 "주민의 30% 정도는 미나미소마시에서 살며 집으로 되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다카구가 속한 미나미소마시의 인구는 약 7만명이었다. 하지만 원전 사고 이후 절반 정도가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사고 직후엔 방사성물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외부에서 물자 조달조차 해주지 않아 큰 고통을 겪었다. 당시 사쿠라이 가쓰노부(櫻井勝延) 시장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고립됐다.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다"며 전 세계에 지원을 호소했다.

사정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원전 20㎞ 통제 구역 바로 앞에서는 24시간 편의점도 영업하고 있고, 수퍼마켓·음식점·학교 등도 문을 열었다. 길가에서는 등하교하는 학생들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가능하면 아이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주민 마사다 에이코(45)씨는 "최근 원자로 온도가 또다시 치솟았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는가. 원전 사고가 완벽하게 수습된 게 아니라서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