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처럼 귀중한 소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14㎞ 떨어진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浪江町) 'M 목장' 농장장인 요시자와 마사미(吉�n正己·58)씨는 원전 사고 이후에도 1년 동안 목장을 지켰다. 그는 사고 원전 반경 20㎞ 내에 거주하고 있는 유일한 주민이다.

기자가 방문한 25일에도 그는 마치 주변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소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목장은 한때 20마이크로시버트까지 방사선 농도가 치솟았고 지금은 많이 낮아졌다고 해도 6~7마이크로시버트 정도로, 일반 지역에 비해 100배가량 높다.

요시자와씨는 작년 3월 12일 이후 연이어 후쿠시마 원전에서 들리는 폭발음에 밤잠을 설쳤다. 당시 바람이 나미에마치 쪽으로 불면서 주민들이 황급하게 피난을 떠났다. 같이 살던 동생도, 다른 직원도 모두 피난을 보냈다. 하지만 요시자와씨는 자기까지 농장을 떠나면 소들이 모두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회사 측의 철수 명령도 거부하고 농장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사고 발생 2주 후엔 피난을 갔지만, 그날 밤 곧바로 되돌아왔다. 경찰이 막아섰지만 그는 "소가 굶어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통사정을 했다. 이런 그의 열정에 경찰도 손을 들었다.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M 목장’의 현장 책임자인 요시자와 마사미씨가 키우는 소떼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3·11 대지진, 쓰나미 이후 인근 목장 근로자는 모두 떠났지만 그는 소를 먹이기 위해 남았다. 그는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 내에 유일하게 거주하는 주민이다.

그는 한동안 외부 피난소에서 생활하며 매일 출퇴근했고, 작년 12월부터는 아예 목장에서 잠까지 자고 있다. 그는 현재 목장에서 소 300마리를 키우고 있고, 주변 농장에서 방치한 소까지 돌보고 있다. 주민이 피난 간 축산농가의 소는 겨울이 되면서 대부분 아사(餓死)했다. 소를 포기하려 했던 회사(M목장)도 요시자와씨의 열정에 감복, 방치된 소를 살리자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가세해 나미에마치 'M목장'은 원전 부근의 가축을 살리자는 '희망의 목장' 운동의 상징이 됐다. 요시자와씨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일본 정부도 그의 출입을 막지는 않고 있다. 그의 열의에 감복한 축산농가들은 기부금과 소 먹이를 보내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주민의 동의를 얻어 20㎞ 내 가축에 대한 도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요시자와씨는 "정부는 마치 무엇을 은폐하려는 듯 모든 가축을 죽이려고만 한다"면서 "20㎞ 이내 소들은 아무리 키워도 현실적으로 판매는 불가능하지만, 원전 사고의 후유증 연구용 등으로 귀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에서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그의 목장에는 태양열발전기가 설치됐고 인터넷도 개통됐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과 목장을 비추는 카메라를 설치해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생중계하고 있다.

요시자와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도쿄에서 원전 가축 도살 방지를 호소하는 집회를 주도하기도 한다. 그가 목장을 비울 때는 자원봉사자들이 대신 목장을 관리해준다. 현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에게 높은 방사선 수치가 겁나지 않느냐고 묻자 "가끔 내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지만,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했다. 원전 사고 이후 동물단체 회원들도 경찰 경계선을 뚫고 개·고양이 구출 운동을 꾸준하게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