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한류' 그들은 발레돌(발레+아이돌)이다

조선일보
  • 신정선 기자
    입력 2012.02.27 03:04

    [도쿄 팬미팅에 여성팬들 북적]
    발레시장 넓은 日서 인기 최고 - 꽃미남 얼굴에 남성적인 몸매
    배용준식 살인미소까지 갖춰 귀엽다 연발, 거리서도 알아봐… 日기획사의 적극마케팅도 한몫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의 한 식당에 20~40대 여성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20대 남성 두 명을 둘러싸고 앞다퉈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아갔다. 배우도 가수도 아닌 두 남성은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리노 이승현(24)과 강민우(21)였다. 이날 행사는 28일부터 이틀간 도쿄 페르테논타마극장에 오를 유니버설의 '디스 이즈 모던' 공연을 앞두고 열린 팬 미팅. 한국 발레리노가 일본에서 팬 미팅을 연 것은 처음이었다. 여성 팬들은 인근 한식당에서 이어진 행사에서 두 발레리노가 싸주는 삼겹살을 받아먹고, 신오쿠보 거리를 다니며 미팅을 즐겼다. 거리 미팅 때는 길 가는 일본인들이 두 발레리노를 알아보고 모여들어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3차 한류' 한국 '발레돌' 열풍

    발레계의 아이돌이라 할 '발레돌'이 뜨고 있다. 이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즈음부터다. 198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일본 공연을 추진해 온 유니버설발레단이 '심청' 공연으로 가능성을 먼저 인정받았다. 지난해 '지젤'을 들고 도쿄 등 3개 도시 순회를 할 때에도 팬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이 인기를 몰고 11월 서울 '오네긴' 공연 때는 일본 팬들이 이승현의 공연을 보겠다고 원정을 오기도 했다.

    일본에서‘발레돌’로 사랑받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 이승현(왼쪽)과 강민우. 두 사람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팬미팅〈사진 아래〉에서 여성팬 100여명에게 뜨거운 애정 공세를 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돌의 부상은 새로운 한류 스타를 발굴하려는 일본 기획사의 필요와 새 스타를 원하는 대중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한류 스타 유치에 적극적인 일본 기획사 MCJ홀딩스의 샘 나가사카 대표는 "1차 한류가 드라마를 위시한 탤런트와 영화배우 위주, 2차가 팝 음악을 내세운 가수 위주였다면, 3차 한류는 발레와 뮤지컬 배우 등 무대 배우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일본 기획사 간에 스타 발레리노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발레돌이 되려면, 얼굴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부드러운 꽃미남이면서 체격은 남성적인 '반전 몸매'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 이른바 '배용준 미소'로 불리는 '따사로운 미소'가 필수적이다. 이승현과 강민우는 이러한 조건이 맞아떨어져 일본 기획사 측에서 콕 집어 스타로 키운 경우다. 강민우가 서투른 일본어로 발레 동작을 소개하는 '발레로 예쁜 몸매 만들기' 동영상을 본 일본 팬들은 "귀엽다"를 연발하며 열광한다.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사업팀 임소영 팀장은 "지난달 일본 케이블TV인 '한러브' 취재진이 한국으로 건너와 그의 24시간 일상을 취재해갔다"고 소개했다. 나가사카 MCJ 대표는 "발레돌은 한류 팬뿐 아니라 전통 발레 팬까지 흡수할 수 있어 더욱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日 현지 진출한 발레리노들도 인기

    일본 현지 발레단에 진출해 인기를 끄는 발레리노들도 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에서 솔리스트를 지내고 2000년대 중반 도쿄시티발레단에 들어간 김보연과 조민영이 진출 1세대. 진출 2세대 발레리노는 일본에서 바로 경력을 시작했다. 2009년 일본 사이타마현 NBA발레단에 들어간 김현오(31)는 발레단 측이 집 보증금을 내주는 등 융숭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 발레리노가 스타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은 일본 발레 시장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 일본 발레 애호 인구는 4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프로 발레단보다 전국 4600곳에 이르는 학원 중심의 아마추어 발레가 생활 속에 뿌리내린 것이 특징이다. 10세 소년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단순한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무대에 서려 나선다. 연말 고정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만 해도, 국내에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등 3~4군데가 올리지만, 일본은 각 학원에서 300개를 공연한다. 한국 발레리노들이 학원 발레에 서게 될 경우, 많게는 1회 공연에 300만원까지도 받는다. A급 경우에는 한 달에 4~5회 공연에 선다.

    일본의 저명한 춤 전문지 '댄스 매거진'의 스즈키 와카코 편집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발레리노는 주역뿐만 아니라 군무 멤버까지, 다리가 길고 몸매가 뛰어난 것이 장점"이라며 "세계 유수 발레단 공연으로 눈이 높은 일본 발레 팬을 만족시킬 정도로 한국 발레단의 실력이 향상된 것도 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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