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관련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 시장의 아들(27)은 작년 8월 공군에 현역 입대했다가 허리 통증 등을 이유로 귀가 조치된 뒤 12월 허리디스크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고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강용석 의원은 박 시장의 아들이 다른 사람의 MRI(자기공명영상) 척추 사진을 자기 것인 양 제출해 현역 복무를 피한 의혹이 있다며 엊그제 박 시장 아들이 낸 것이라는 MRI 사진 100여장을 공개했다. 강 의원은 사진의 주인공은 등 쪽에 두꺼운 지방층이 있는 고도(高度)비만자로서 키 173㎝, 몸무게 63㎏쯤으로 추정되는 날씬한 체형의 박 시장 아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강 의원의 주장이 옳다며 감사원 홈페이지에 감사 청구 글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박 시장 측은 어제 병무청에 아들이 낸 MRI 사진과 병무청이 본인 확인을 위해 촬영한 CT(컴퓨터단층촬영) 사진 등 신체검사 자료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시장 측은 이를 토대로 강 의원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강 의원이 공개한 MRI 사진이 아들이 병무청에 제출한 사진과 같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이 사진과 병무청이 직접 찍은 CT 사진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태는 사진 대조 작업만으로는 수습되기 힘든 단계에 와버렸다. 박 시장 아들이 아닌 누군가가 MRI뿐 아니라 CT까지 대신 찍었을 가능성, 병무청 제출 MRI를 촬영한 병원 내부에서 사진 바꿔치기 의혹, 병무청의 내부 공모설(說) 등 별의별 주장이 거리와 인터넷에 떠다니고 있다. 신체검사를 다시 한 번 받는 것밖에는 이런 온갖 의혹을 한꺼번에 정리할 다른 뾰족한 수단이 없게 된 셈이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에 치명타를 입고 낙선했다. 맏아들은 키 179㎝에 체중 45㎏(면제 기준 49㎏), 둘째 아들은 키 165㎝에 체중 41㎏(면제 기준 42㎏)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 후보는 두 아들이 병무청의 신체 기준에 따라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는데도 '병역 기피를 위해 고의 감량했다'는 비난과 김대업이 날조한 '병적기록부를 조작했다'는 등의 파상 공세에 무너지고 말았다.

박 시장 아들은 권위 있는 의료진이 비공개 장소에서 박씨의 MRI와 CT를 찍고 판독하면 그걸로 사태는 정리된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 공인(公人) 가족의 병역 문제가 얼마나 민감하고 폭발성이 강한지를 잘 알 것이다. 박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하루라도 빨리 사건을 털어버리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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