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양도세와 관련, 폐지·유보에 무게를 싣기보다는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체법안을 내놓아 양도소득세 부과안을 보완하겠다."
미술품 양도소득세에 20여년간 반대해온 화랑계가 '세제관련 법률 제정'이라는 대항마를 내놨다. 표미선(63) 한국화랑협회장은 20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액을 1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기업이나 대형 컬렉터가 미술관에 그림을 기증할 경우 시세의 60%를 세금 감면해주는 새로운 법안을 수용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림 양도차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을 전면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 90년 입법된 후 여러 차례 시행 유보된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화랑계는 지난 2010년 국회 문방위 간담회에서 "미술품에 양도세를 부과하면 20억~30억원 정도 세금이 더 걷힌다. 이 돈을 걷자고 국내 미술시장을 죽여서야 되겠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등 미술품 양도소득세 도입에 줄곧 반대해 왔다.
◇양도세 부과기준 6000만원→1억원
미술품 양도소득세법의 주요 내용은 작고(作故) 작가의 6000만원 이상 작품을 팔아 차액이 발생하면,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것. 협회 측은 이 기준 금액을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공식 요청이 없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업이 기증 때 작품 값 60% 법인세 감면
화랑협회는 ▲기업의 미술품 구입시 경비처리를 '최대 3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확대할 것 ▲기업이나 대형 컬렉터가 미술품을 미술관에 기증할 경우 작품 값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법인세) 감면해 줄 것을 요구했다. 표 회장은 "이 법안이 새로 구성될 19대 국회에서 이르면 5월쯤 발의돼 통과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60% 세금 감면안의 배경은 법인들이 현재 보유 중인 불법 미술 작품의 '퇴로'를 열어주자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온 비자금 사건 등에서 밝혀졌듯, 현재 대기업 상당수가 법인 자금으로 엄청난 양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 때문에 세무조사 때마다 '불법으로 구입한 미술품'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새 법을 이용해, 꼭꼭 숨겨둔 미술품을 양지로 끌어내고, 대신 세금 감면을 받게 해주자는 것이다.
◇세금 과연 제대로 걷힐지 미지수
그러나 실제 '과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론이 많다. 과세의 기준이 될 '과세 표준액' 기초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 작가별, 작품별 과세 표준액을 일일이 정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민 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은 "법이 시행되면 적절한 가격감정기구를 통해 작품 가격을 평가하겠지만 아직 구체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과는 달리 비신고 거래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과세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화랑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