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부부가 아이 낳는 데 드는 비용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출산 전 초음파 등 검사비용만 150만원쯤 들고 분만비 100만~200만원, 산후조리원 비용 250만~350만원, 유모차·배냇저고리 등 출산용품 구입비 200만원을 합치면 700만~900만원이 된다. 여기에 분유·기저귀 같은 필수 소모품까지 더하면 출산 전후로 800만~100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런데다가 괜찮다 싶은 유모차나 아기 침대는 100만~150만원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도시 근로자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401만원이다. 아기 하나 낳는 데만 두 달 반의 소득을 꼬박 바쳐야 하는 형편이라면 겁이 나서라도 아이 낳기를 기피하게 된다.

문제는 기업들이 내 아이를 고급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의 심리를 이용해 가격 거품이 심한 고가품(高價品) 마케팅에 열중하는 점이다. 어떤 분유 회사는 보통 제품은 800g에 2만7800원인데 뉴질랜드에서 방목한 산양의 원유를 섞었다는 프리미엄 제품은 5만4900원이나 받는다. 백화점에선 외제 고급 브랜드의 유모차만 진열해 놓은 경우가 많다. 행정당국이 프리미엄 분유 등 고가 유아용품이 과연 가격이 비싼 만큼의 효능을 갖고 있는지 조사해 산모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출산율 높이기에 성공한 프랑스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855유로(약 125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임신 4개월부터는 산모 약값이 전액 무료이고 초음파 검진비도 많아야 30%만 내면 된다. 산후엔 '사주팜(sage-femme·현명한 여자라는 뜻)'이란 조산(助産) 전문가가 5번 집을 방문해 아기와 산모를 돌봐주고, 아기는 집 근처 보건소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단번에 프랑스 수준의 출산 복지를 도입하는 건 어렵겠지만 정부가 과도한 출산비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초음파 검진만 해도 일반 검진은 10만원쯤 하지만 요즘 산부인과에선 동영상초음파·입체초음파·정밀초음파 같은 프리미엄 서비스가 등장해 2배 남짓 비용을 받는다. 보건당국이 이런 프리미엄 진료는 어떤 경우에 필요한 것인지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기만 해도 괜한 불안 때문에 산모들이 과잉 진료를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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