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달콤한 일생, 카카오나무 위에서… 그대의 혀끝까지

조선일보
  • 김성윤 기자
    입력 2012.02.15 03:09

    카카오원두는 쓰고 떫은 맛, 발효를 거쳐야 초콜릿 풍미…
    그걸 볶고 갈아 가루로 만들고 설탕·우유 섞어 녹이고 굳혀야
    과자로 만든 건 네덜란드 사람들, 밀크 초콜릿은 스위스가 원조

    14일은 밸런타인데이(Saint Valentine's Day). 서양에서는 사랑하는 이들이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다. 한국에선 초콜릿업계 최고의 대목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릿을 선물하도록 부추기는 상술이라는 비난도 있다. 연간 초콜릿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2월 14일을 앞뒤로 한 한달 남짓한 기간에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통설. 초콜릿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우리 입안에서 녹아내리게 됐을까.

    ◇초콜릿의 고향, 중앙아메리카

    초콜릿은 카카오나무의 열매로 만든다. 키가 7m까지 자라며 타원형 열매가 나무줄기에 열린다. 열매는 길이 15~25㎝, 지름 7.5~10㎝쯤 된다. 열매에는 씨가 20~40개 들었다. 길이 2.5㎝ 정도인 이 씨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원두다. 원산지는 남미 적도 부근 계곡지대로 추정된다. 오늘날은 전세계 생산량의 70% 정도가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된다.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식민지에 옮겨 심은 것이다.

    카카오나무는 20여 가지가 있지만 이 중 크리올로(Criollo)와 포레스테로(Forestero), 트리니타리오(Trinitario)가 초콜릿 생산에 사용된다. 크리올로는 맛과 향이 풍부하면서도 섬세해 최고로 치지만 병충해에 약하고 수확이 적다. 포레스테로는 풍미가 떨어지지만 강건하고 생산량이 많아 전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트리니타리오는 크리올로와 포레스테로의 교배종이다.

    카카오나무를 처음 재배한 건 3000여년 전 중앙아메리카 연안에 살던 올멕(Olmec)족으로 알려졌다. 올멕족은 카카오를 마야(Maya)족에게, 마야족은 다시 아스텍(Aztec)족에게 전해주었다.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스텍족은 카카오원두(cacao bean)를 볶고 빻아 물과 섞고 거품을 잔뜩 내서 마셨다. 고추나 바닐라, 꿀, 꽃 따위를 가미하기도 했다. 신에게 바치거나 황제 또는 귀족만 마시는 귀한 음료였다. 카카오에 '신들의 음식'이라는 뜻의 테오브로마(Theobroma)라는 학명이 붙은 건 그래서다.

    ◇초콜릿의 확산, 인기, 발전

    카카오열매는 1502년 콜럼버스 항해선단원들이 최초로 유럽으로 가져왔다. 초콜릿이 음료에서 과자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세기 초반 네덜란드에서 마련됐다. 초콜릿업자 콘라드 반 후텐이 카카오열매에서 '코코아 버터'라 불리는 기름을 추출하는 압착기를 개발했다. 이 코코아 버터가 초콜릿을 과자로 만드는 길을 열었다. 코코아 버터를 추가하면 보기 좋은 초콜릿 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초콜릿의 대중화와 상업화는 스위스에서 더욱 속도가 붙는다. 1876년 스위스 제과업자 다니엘 피터는 당시 앙리 네슬레가 개발한 분말우유를 첨가해 밀크 초콜릿을 만들었다. 분유는 초콜릿과 잘 섞였고 초콜릿의 풍미를 부드럽게 했다. 1878년 스위스 초콜릿업자 루돌프 린트는 카카오원두와 설탕, 분말우유 등을 천천히 오랫동안 으깨면서 갈아내는 '콘칭(conching)'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를 개발했다. 콘칭을 거치면 카카오원두 입자가 훨씬 곱고 균일해져 식감이 좋아진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개발된 밀크 초콜릿은 시장을 휩쓸었다.

    ◇초콜릿 제조과정

    초콜릿 제조과정은 크게 건조와 발효, 로스팅(roasting), 분쇄와 정제, 템퍼링(tempering) 단계를 거친다. 녹색이던 카카오열매가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면 익었다는 신호다. 열매의 껍질을 제거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카카오원두를 과육과 함께 꺼내 건조와 발효과정을 거친다. 발효를 통해 초콜릿 특유의 풍미가 슬슬 생긴다. 초콜릿 풍미는 로스팅(볶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드러난다. 로스팅한 카카오원두는 고운 가루로 빻는다. 이 과정에서 대개 코코아 가루와 코코아 버터를 분리한다. 코코아 버터와 설탕, 분말우유를 섞고 곱게 으깨고 균일하게 만드는 콘칭도 이때 이뤄진다. 초콜릿에 광택이 돌고 톡 부러지게 만드는 과정이 템퍼링이다. 섭씨 50도까지 온도를 높여 초콜릿을 녹인 후, 32~34도에서 굳혀야 보기 좋고 맛있는 초콜릿이 만들어진다. 온도가 맞더라도 너무 빨리 굳으면 결정이 커져 입 안에서 촉감이 떨어지니, 천천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 따라서 중탕 방식으로 초콜릿을 녹이는 게 좋다.

    ◇초콜릿의 어원

    카카오(cacao) 그리고 카카오 열매의 가루를 뜻하는 코코아(cocoa)는 올멕어(語) '카카와(kakawa)'에서 왔다고 추정된다. 초콜릿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아스텍어로 초콜릿 음료를 뜻하는 '카카후아틀(cacahuatl)'이 변형됐다는 설이 있다. '뜨거운'이란 뜻을 가진 마야어 '초콜(chocol)'에 아스텍어로 '물'을 의미하는 '아틀(atl)'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아스텍 사람들은 초콜릿 음료를 차갑게 마셨는데, 스페인 정복자들은 마야인들처럼 뜨겁게 마시는 편을 선호했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카카오 함량에 따른 초콜릿 분류

    다크(dark) 초콜릿
    카카오 최소 34% 함유. 일반적으로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고급. 설탕 없거나 소량 포함.

    밀크(milk) 초콜릿
    카카오에 분말우유·설탕 첨가. 카카오 함량은 제품 따라 천차만별.

    화이트(white) 초콜릿
    코코아 버터(최소 25%)에 분말우유·설탕 첨가. 다크 초콜릿처럼 깊은맛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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