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북한 3대 세습을 비판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김정남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일 "북한이 과거 김씨 왕조의 비리를 폭로했던 탈북 인사들에 대해 테러를 했다"며 "김정남의 입을 막고자 북한 당국이 어떤 형태로든지 모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FA는 "북한은 교통사고를 위장해 김정남에 테러를 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RFA는 그러면서 이한영씨의 사례를 언급했다.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씨는 1982년 한국에 망명했으며, 김씨 일가의 만행을 폭로한 '김정일 로열패밀리'라는 책을 펴냈다. 이씨는 북한이 파견한 간첩에 의해 1997년 암살됐다.

역시 한국에 망명한 '주체사상의 대부' 황장엽 전(前) 노동당 비서도 북한의 테러 위협을 받았다. 황씨는 2010년 미국 방문 중에 김정은을 "그깟 놈"이라 불렀다. 이에 북한 당국은 황 전 비서가 "결코 무사치 못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협박하기도 했다. 실제로 북한군 정찰총국이 암살조를 남한에 파견하면서 "황장엽의 목을 따라"는 지시를 내렸던 사실도 밝혀졌다.

북한 당국이 김정남에 대한 테러를 실행하지는 못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RFA는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며 "형제간 벌어지는 '피의 비극'은 오히려 3대 세습에 좋지 않다고 북한 당국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남은 최근 공개된 일본 언론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정일 사후 북한의 실권을 장악한 이복 동생 김정은에 대해 "그 어린애(김정은)의 표정에서 북한처럼 복잡한 나라의 후계자가 된 인간의 사명감, 국가 비전을 전혀 읽을 수 없다"고 신랄한 비판을 했다.

한편 일본 방송 TBS은 김정남이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거리에서 목격됐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굳은 표정이었고, TBS 취재진이 질문을 던지자 말 없이 걷다가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