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선택한 우파(새누리당)… '부산어묵의 역설' 피할까

조선일보
  • 조의준 기자
    입력 2012.02.09 03:08 | 수정 2012.02.10 10:07

    31년만에 바꾼 黨 컬러
    새누리당 - "빨간색은 다이내믹하고 변화 상징하는 색깔"
    익숙한 것과의 결별, 되레 지지자 떠날수도
    민주통합당 - 黨로고, 네이버의 초록색과 채도까지 거의 맞춰 제작…
    야당들, 레드 콤플렉스 우려 상징색으로 빨간색 꺼려해

    색깔과 정치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새누리당이 7일부터 1981년 민정당 창당 이후 31년간 당의 상징으로 써온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과 하얀색을 당의 상징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당 색깔'을 둘러싼 논의가 분분하다. 지금껏 우리나라 주요 정당, 특히 야당들은 소위 '레드 콤플렉스' 때문에 빨간색을 쓰기를 꺼려왔다. 민주통합당은 초록색과 노란색, 자유선진당은 파란색, 통합진보당은 보라색을 상징으로 쓰고 있다. 진보신당이 파랑·노랑·초록과 함께 빨강을 쓴다.

    "색깔과 당 노선과는 큰 관계 없어"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빨간색을 채택한 것에 대해 "야당 색깔을 왜 갑자기 가져왔느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당 로고와 색깔 개편을 주도한 조동원 홍보기획 본부장은 "빨갱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이라며 "월드컵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다이내믹한 정열을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이 빨간색이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말했다. 빨간색에 대한 거부감은 월드컵 때의 '붉은악마' 신드롬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색깔 전문가인 김훈철 매드21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마케팅에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빨간색, 그다음이 파란색"이라며 "마케팅적으로 봤을 때 파란색을 버리고 '변화'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선 빨간색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색깔과 당의 정체성이 크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선 2000년 대선부터 공화당은 빨간색, 민주당은 파란색을 쓰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보수정당이 파란색이나 검은색을, 진보정당은 빨간색이나 초록색을 쓴다. 숙명여대 심재웅 교수(언론학)는 "세계의 여러 정당 사례를 봤을 때 꼭 당의 색깔이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볼 수 없다"며 "보수가 파란색을 선호하는 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부산어묵의 역설에 빠질 수도"

    그러나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선 새누리당이 '부산어묵'의 역설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장덕현 팀장은 "CJ가 삼호어묵이란 회사를 인수해 이 회사가 만들었던 부산어묵 제품의 포장을 고급스럽게 개선한다며 빨간색의 로고를 검은색으로 바꾸었는데 오히려 매출이 떨어졌다"고 했다. 새 로고가 훨씬 더 세련됐지만, 오랫동안 보아왔던 색깔과 다르니까 마치 다른 제품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 성향, 장년의 유권자가 많은 새누리당으로선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는 "본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색깔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네이버에 색깔 맞춘 민주통합당"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민주당'(1987년)을 창당할 때 노란색을 사용했고, 노란색은 열린우리당의 대표색이었다. 초록색은 1990년대 합당 등을 통해 야권이 '민주당'으로 재편되면서 쓰기 시작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함께 창당했던 통일민주당이 '선명 야당'의 상징으로 빨간색을 쓴 적이 있지만 3당 합당으로 3년 만에 사라졌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민주통합당의 경우 현재 쓰는 초록색이 네이버의 색깔과 거의 '채도(彩度)'까지 맞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중들에게 최대한 거부감을 덜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학)는 "당의 색깔은 몇십 년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각 정당이 옷 사는 것보다 쉽게 고르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에 점점 철학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부산어묵’의 역설

    마케팅 업계에선 상품의 콘셉트를 급격하게 바꿀 경우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어묵’ 사례다. CJ는 삼호어묵이란 회사를 인수한 뒤, 이 회사가 만들었던 부산어묵 제품의 포장을 개선한다며 빨간색의 로고를 검은색으로 바꿨더니 오히려 매출이 떨어졌다. 원래의 빨간색으로 되돌리자 매출이 회복됐다.
    ♣ 바로잡습니다
    ▲9일자 A5면 '빨간색을 선택한 우파' 기사 중 'CJ에서 부산어묵을 인수해 포장을 개선한다며'라는 부분은 'CJ는 삼호어묵이란 회사를 인수한 뒤, 이 회사가 만들었던 부산어묵 제품의 포장을 개선한다며'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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