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 정치인 길러내는 스웨덴 정당정치

  •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턴대학 교수·정치학

    입력 : 2012.02.08 23:31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턴대학 교수·정치학

    스웨덴에서는 요즘 정치인의 자질 논란이 한창이다. 장관들의 교육 수준과 직업·정치 경력 등을 면밀히 분석한 한 유력 일간지 기사가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금 스웨덴 장관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평균 3.75년을 대학 공부에 투자했고, 사회 경력 7.1년, 정치 경력 17.44년을 기록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잠깐 직장에 몸담았다가, 20~30대 새파란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장관 25명 중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장관도 4명이나 된다. 1990년대 초 총리를 지냈고 현재는 외무부 장관인 칼 빌트는 대학 중퇴 학력이고, 작년 부산에서 있었던 세계원조회의에 참가한 해외원조장관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 이민자 2세로 발탁된 평등부 장관은 대학에 등록만 해놓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논쟁거리가 된 것은 정치인이 일반 국민보다 교육 수준이 낮아도 되는지, 사회 경험 없이 바로 정치에 뛰어드는 게 대의(代議)정치에 도움이 되는지를 둘러싼 시각차다. 레이프 레빈(Lewin) 웁살라대학 정치학 교수는 어릴 때부터 정치에 몸담고 정치를 배워야 수준 높은 정치적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좋은 정책을 만들고 국가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한 타협과 설득의 기술이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인데 이것은 단기간에 축적될 수 없고 끊임없는 정치적 훈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고졸 학력인 베아트리스 법무부 장관은 다양한 사회 이슈와 정책을 이해하고 소화하기 위해 주말 밤늦게까지 산더미 같은 정책 보고서와 관련 자료를 검토한다.

    스웨덴 정치인들이 이처럼 대학 졸업장과 관련 없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비결은 이들이 청년 시절부터 정치판에 뛰어들어 각종 훈련과 경력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정치인의 자질과 능력을 길러가기 때문이다. 스웨덴 정치인 과반수가 각 정당의 청년당원 출신이고, 특히 총리 및 장관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당(黨) 청년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라인펠트 현 총리도 10대 중반에 이미 보수당 청년위원회에 가입해 당에서 제공하는 정책 프로그램에서 정치 교육을 받았다. 수사법, 토론법, 연설법, 정책 토론법, 정책 입안 등을 당 청년 정치 교육 과정을 통해 익혔다. 그리고 보수당 청년 조직인 MUF 회장을 역임하고, 지방 정치에서 기본기를 닦은 뒤 중앙 정치 무대에 뛰어들었다. 마흔 갓 넘은 나이에 총리가 됐을 때 그는 이미 정치적 경륜이 16년이나 되는 베테랑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한국도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이 청년들에게 일정 지분을 떼어주겠다고 경쟁하듯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의회 절차와 정책 입안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치 신인들이 국회에 바로 들어가게 되면 기성 정당의 거수기 역할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온전하게 정치를 맡기고 일상생활에 전념할 수 있는 정치인 충원 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정치를 개혁하려면 참신한 인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을 공급할 수 있는 정치 아카데미, 정책 학교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 갇힌 편협된 시각, 진보·보수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적과 아군으로 편을 가르는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설득과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생산적 정치인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