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학교 3학년 남학생 5명이 또래 친구 한 명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폐쇄회로(CC)TV에 잡혀 TV로 방영됐다. 가해 학생들은 번갈아 주먹으로 뺨을 갈기고 걸레자루·우산대로 머리를 후려치고 발로 배를 걷어차고 쓰러진 아이를 사정없이 짓밟았다. 한 학생은 여자친구에게 화상전화를 걸어 이 광경을 생중계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학생의 할아버지가 손자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는 걸 알고 이들을 만나 "왜 아이를 때리느냐. 앞으로 우리 아이와 어울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이번은 용서해주마"고 타이르자 앙심을 품고 그날로 친구를 집에서 끌어내 집단 폭행했다. 피해학생은 부모가 이혼하고 할아버지(70) 할머니(68)와 살고 있다. 가해학생들은 친구 집을 찾아갔다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담을 넘어들어가 말리는 할머니에게 "밟아버리겠다"고 욕설을 퍼부으며 피해학생을 끌고 나왔다. 가해학생들은 코뼈가 부러진 친구가 어른들에게 사정을 말할까 봐 이틀씩 PC방과 아파트 주차장 등지로 끌고 다녔다. 가해학생들은 자기들이 담배를 피울 때 피해학생이 망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걸 꼬투리로 잡고 걸핏하면 폭력을 휘둘러왔다고 한다.

학교 폭력의 43%가 신체폭행·금품갈취·성추행 같은 직접 형태의 폭력이다. 학교 폭력 횟수 급증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폭력의 양상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흉포해진다는 점이다. 작년 대구에선 친구 목에 라디오 줄을 묶고 방바닥의 과자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한 중학 2학년생들이 있었고, 재작년 서울에선 후배 중학생들을 1년 동안 괴롭히며 개 사료까지 먹인 고교 1년생들도 있었다. 위험수위를 넘어서 갈 데까지 간 게임·동영상·영화·만화 등 유해 환경이 잔인한 폭력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최근 3년간 학교들이 폭력사건 가해자 5만7500여명 중 가해자 격리를 취한 경우는 6.2%(전학 5.6%, 퇴학 0.6%)뿐이었다. 대부분 교내봉사(41.1%), 사회봉사(20.1%), 특별교육(14.1%), 출석정지(7.3%) 같은 가벼운 조치로 끝냈다. 경찰 고발까지 간 경우는 극히 드물고 고발을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보호관찰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지금의 학교 폭력은 청소년의 탈선이란 수준을 넘어 신체적 인격적 살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학교와 사회, 가정의 대비도 차원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참혹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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