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0일 발표한 뉴타운 '출구전략'(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거둬들이는 정책)의 핵심은 뉴타운·재개발·재건축 구역 1300곳 중 사업시행인가 이전단계인 610곳에 대해, 주민들의 뜻에 따라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주민이 결정하면 해제 가능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뉴타운 사업을 '추진'할지 '해제'할지 결정하게 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1300곳 중 434곳은 준공단계에 이르렀으며, 사업시행인가 이전단계가 610곳, 인가 및 사업시행단계는 256곳이다. 비교적 사업을 되돌릴 수 있는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를 기준으로 해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610곳 중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뉴타운·정비구역(83곳)과 정비예정구역(234곳) 총 317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면 구역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610곳 중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된 293곳은 서울시 조례로 정해질 토지 등 소유자 비율(10~25% 사이) 이상이 구역 해제를 요청할 경우 우선 실태조사에 들어가고,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가 있을 경우 추진위나 조합을 해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추진 주체가 없는 구역은 2월 실태조사 기준을 마련해 3~4월 조사대상 선정, 5~7월 실태조사를 거쳐 10~12월에 구역 해제 또는 재추진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 주체가 있는 경우는 오는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주민 요청을 받아들여 조사대상 선정(8~9월), 실태조사(10~12월) 등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뉴타운 사업 원할 경우 서울시가 지원
뉴타운 사업에 대한 주민 반대가 심해 해제되는 구역은 마을 만들기,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거주민 중심의 재생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공동이용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주민들이 집 수리비 융자를 받아 주거환경개선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얼마나 서울시가 지원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반대로 주민들이 뉴타운 사업 추진을 원하는 구역에 대해서는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 50%를 시비로 지원하는 등 최대한 사업을 촉진한다.
뉴타운 사업 구역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세입자가 준공 후 그 지역에 재정착할 수 있도록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미 지어진 재개발임대 빈집에 우선 입주했다가 준공된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을 정비한다는 의미에서 2~3년이 지나도 다음 단계의 사업 절차를 추진하지 않으면 구청장이 재정비촉진구역이나 정비(예정)구역의 취소 절차를 추진하는 '일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매몰비용 등 갈등 소지 많아
뉴타운 사업을 안 할 경우, 추진위나 조합이 그동안 사업 진행을 위해 투입한 '매몰비용'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서울시는 추진위가 설립된 곳까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포기할 경우 매몰비용을 일부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미 조합이 결성된 단계면 자치단체만 부담하기엔 너무나 큰 액수고, 조합이 부담하게 하면 실질적으로 사업구역 해제 가능성은 멀어진다"며 "중앙정부의 비용 분담이 굉장히 절박하다"고 말했다.
매몰비용의 정부 부담에 대해 관련 부처와 구체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아 "무책임한 발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 정부, 조합이 각각 어떤 비율로 부담하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뉴타운 TF(태스크포스) 총괄팀장을 맡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매몰비용의 경우 10억원에서부터 조합원이 2000~3000명일 경우 100억원까지 간다"고 말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추진위 단계까지는 시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데 조합은 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논란이 커질 것"이라며 "조합의 경우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다 떠넘기는 식이 되기 때문에 시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주민의견으로 뉴타운 사업 진행을 결정하게 되면 뉴타운 지구 안에서도 사업을 진행하는 구역과 사업을 중단하는 구역이 공존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용어 해설
정비구역
정비사업을 계획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지정·고시된 구역.
정비사업
재개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재개발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세입자 대책 수립).
재건축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지만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세입자 대책 없음).
재정비촉진지구
도시 낙후지역에 대한 주거환경개선과 기반시설 확충, 도시기능 회복을 광역적으로 계획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정한 지구.
뉴타운
'재정비촉진지구'를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