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연기 똑같고, 남자배우에 묻히고"… 여주인공 수난시대

조선일보
  • 박세미 기자
    입력 2012.01.30 03:12 | 수정 2012.01.30 03:13

    시청자들, 연기력 지적… 이모·조카뻘 미스 캐스팅 논란까지
    감정선 없는 대사 답답해 - "국어책 읽는 건지 뭔지 도무지 감정이입이 안돼요"… "10년째 같은 표정 부담스러워" 드라마 게시판마다 지적 봇물
    제작사들 "고충 많다" - "쓸만한 젊은 여배우가 부족" 연출자, 안이한 캐스팅도 문제

    "나이가 들면서 연기력이 줄어든 건가요?" "놀랄 때, 숨이 가쁠 때, 가슴이 떨릴 때 표정이 몽땅 똑같으니 이거 원." "지금 국어책 읽는 건지 뭔지, 도무지 감정 이입이 안 돼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들이다. 여주인공 한가인을 겨냥한 것들이다. 이 드라마는 초반 남녀 아역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불과 2회 방영 만에 시청률 20%대에 올라설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6회 방영분부터 성인 배우들이 등장한 뒤에도 시청률이 30%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한가인의 연기에 대해선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가인이 애절한 로맨스의 상대역 김수현(24)보다 나이가 6살이나 많은 탓에 "캐스팅이 잘못된 거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여주인공 수난시대'다. 한가인뿐 아니라 최근 종영했거나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잇따라 연기력과 미스 캐스팅 논란에 휘청이고 있다.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MBC '빛과 그림자'의 여주인공 남상미는 "표정 없는 얼굴과 감정선 없는 대사 때문에 답답하다"는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SBS '부탁해요 캡틴'은 '해품달'과 정면으로 붙어 시청률 면에서 흉작(凶作)을 거두고 있는 데다 여자 주연 구혜선에 대한 혹평까지 쏟아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구혜선이 '꽃보다 남자'에서 연기했던) 금잔디가 조종사 제복만 입었다" "10년째 변하지 않는 표정 연기가 부담스럽다" 등등.

    연기는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았지만 남자 배우의 '아우라'에 밀려 묻혀버린 여주인공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종영한 KBS '브레인'은 신하균·정진영 두 남자배우의 열연에 묻혀 여주인공 최정원은 거의 화제가 되지 못한 경우. 현재 방송 중인 SBS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정려원의 연기가 '코미디 연기의 달인'급인 이범수에 밀려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연기로 호평받는 여배우는 홍수현('공주의 남자' '샐러리맨 초한지'), 김수현('브레인') 등 조연이 대부분이었다.

    제작자들은 "비중 있는 역할을 매끄럽게 소화해낼 수 있는 젊은 여배우들이 너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 유행하고 있는 '퓨전 사극'의 경우 여주인공 기근(飢饉)현상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MBC‘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 SBS‘ 부탁해요 캡틴’의 구혜선, MBC '빛과 그림자'의 남상미.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해품달'이나 '빛과 그림자' 등 무게감 있는 드라마는 여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발랄한 이미지여서도, 너무 아기 같은 이미지여서도 안 되는데 이걸 충족해주는 젊은 여배우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문근영·문채원·박민영·신세경 등 일부 '믿을 만한' 젊은 여배우들이 있지만 워낙 소수(少數)여서 캐스팅 전쟁이 심하고, 그들도 나름대로 후속작에 대해 고심하는 기간이 길어 당장 촬영에 돌입해야 하는 제작자 입장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이모-조카'뻘 또는 '삼촌-조카'뻘 캐스팅이 이뤄지기도 한다. 3월 MBC에서 방송하는 '더 킹'의 경우도 7살 차이가 나는 이승기하지원이 연인으로 등장할 예정. '더 킹'은 남북 최고 가문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묵직한' 블랙 코미디다. MBC '빛과 그림자'도 연인으로 나오는 안재욱과 남상미의 나이 차가 13살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케미스트리(화학작용)가 안 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선 "연출진의 '게으름'이 더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편성·방송 일정이 빡빡하다는 핑계로 방송사가 캐스팅에 큰 고심을 하지 않고 '되는 대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스타 파워'가 워낙 강해지다 보니 요즘 드라마 감독들은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를 지적하지도 못하고 눈치만 봐야 한다"고 했다.

    "여배우들은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제작진은 대중적인 인지도만 높으면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아도 바로 비중 있는 주연 자리에 앉히곤 하는 의식과 타성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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