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후반 뮤지컬 '모차르트!'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동방신기'의 전 멤버 시아준수 측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시아준수는 아이돌 가수로는 최고였으나 뮤지컬 경력은 전무했다. 제작사의 제시액과 시아준수 측 요구액은 차이가 났다. 공연장은 3000석 규모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었다. "어차피 3층까지는 채울 수 없다"는 게 제작사 측 의견이었다. 상황은 시아준수 측의 한마디로 정리됐다. "우리 준수는 할 수 있다."

'우리 준수'는 했다. 2010년 1월 '모차르트!'가 막이 오르자 세종문화회관 3층까지 인파가 미어졌다. 일본 중년 여성 수백 명이 한 손에는 비행기표를, 다른 한 손에는 조류 관찰용 망원경을 움켜쥐고 그를 보러 바다를 건너왔다. 러닝 개런티를 걸었던 시아준수 측은 회당 3000만원이라는 놀라운 몸값을 가져갔다. 지난해 그의 두 번째 작품 '천국의 눈물'은 티켓 오픈 때마다 서버가 다운되는 소동을 벌이며 짧게는 5분 안에 표가 매진됐다.

지난 27일 서울시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김준수는“열 작품 이상 한 후에 (조)승우형과 비교해달라”고 말했다.

'우리 준수' 시아준수(본명 김준수)가 내달 9일 개막하는 '엘리자벳'에서 남자 주인공 토드 역을 맡는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누나 팬들을 실신케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올까 싶을 정도로 가냘프게 보이는 25살 청년이었다. 약속시간에서 8분이 늦었는데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연습시간에 절대 늦지 않는 성실함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뮤지컬 지존'인 조승우와 티켓 파워가 비교되곤 한다. 본인 생각은 어떤가?

"정말로 미치겠어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승우 형은 뮤지컬계에서 최고 아닌가요. 감사한 말씀이긴 하지만 고작 세 작품째 출연하는 저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열 작품 이상 한 후에 비교해주신다면 그때는 숨고 싶을 정도는 아닐 것 같아요."

―뮤지컬 데뷔 때만 해도 누구도 시아준수가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 요인은?

"뮤지컬 제안받고 일주일간 잠을 못 잤어요.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후 첫 행보였기 때문에 엄청나게 고민했죠. 뮤지컬계에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것도 익히 들었고요. 하지만 저밖에 저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것, 더는 막아줄 울타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절실하게 했어요."

―아이돌이라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아이돌은 양날의 칼이에요. 쉽게 주연을 맡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강한 굴레이기도 하니까요. 뮤지컬 하면서 그 굴레를 극복했고, 인생을 배웠어요. '세상 밖을 꿈꾸려면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는 '모차르트!' 극 중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많이 울었어요. 연예인이기 때문에 받는 대중의 시선에 스트레스가 컸는데, 그걸 대변해줬거든요."

―뮤지컬은 노래 외에 여러 요소가 들어가는데,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땐 미치도록 부끄러웠어요. 해보니 콘서트와는 전혀 다른 쾌감을 주더군요. 무대에서 두 시간 동안 아이돌 시아준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어서 좋아요."

그는 2009년 7월 동방신기 전 멤버 두 명과 함께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계약기간과 수익 배분 등이 불공정하다며 전속 계약 무효소송을 낸 후 JYJ로 독립했다. 이후 가수로서 JYJ의 지상파 방송 출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1시간 넘게 어떤 질문이든 스스럼없이 답하던 그였다. "(과거에)안주하면 안 되는 거겠죠. 더 이를 악물게 돼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선택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지금 저희(JYJ)에게 가장 행복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10대가 제2의 시아준수가 되길 꿈꾸고 있는데?

"전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연예인 안 할 거예요(그는 이 말을 세 번 반복했다). 물론 지금까지 제 인생에 후회는 없어요. 사랑받는 건 행복하지요. 하지만 아이돌 오디션에 합격한 15살 이후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며 긴장하지 않은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롯데월드도 한 번 못 가봤어요. 괜히 했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들었어요. 타인의 자극적인 말까지 견뎌야 하는 게 힘들었죠. 그러나 삶에는 잃는 게 있다는 것이 당연하단 걸 인정하면서 주위를 둘러볼 줄 알고 감사하게 됐어요."

새 작품 '엘리자벳'에 대해서는 "같이 토드 역할을 번갈아 하는 (류)정한이 형, (송)창의 형, 엘리자벳을 맡은 김선영 누나, 옥주현 누나와 연기하는 것이 큰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요즘은 뮤지컬 음악만 들어요. 나중에는 작품성만으로 선택한 소극장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