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내놓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은 꽤나 파격적이다. "공식 암기와 선다형(혹은 단답형) 문제 풀이, 칠판 판서와 노트 필기 같은 기존 수학교육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 △수학과 타 교과 간 통합 교수학습을 시도하고 △수학 교과서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요소를 가미하겠다는 방침도 신선하다. 하지만 "바뀐 정책을 따라가려면 혼란만 커지지 않겠느냐" "결국 사교육 업체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논란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발표는 정부 차원에서 나온 사실상 최초의 수학교육 개혁 방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확 달라지는 수학, 어떻게 대비하는 게 효과적일까? 맛있는공부는 혼란스러울 학부모와 학생을 위해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 관련 특집 기획을 2개 면에 걸쳐 마련했다.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학생들은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을 접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맛있는공부는 서울·경기 소재 초등학교 재학생 10명을 대상으로 교과부가 이번 발표와 동시에 내놓은 초등 3·4학년용 문제를 풀어보게 했다. 그런 다음, 그 결과를 취합해 해당 문제를 출제한 한국과학창의재단 사무실(서울 종로구 연건동)을 찾았다. 평가와 분석 작업은 김동원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과정개발실 박사가 맡았다.

◇'정답'보다 '과정' 중요

이번에 교과부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걸맞은 유형"이라며 내놓은 대표적 문제 형태는 '실생활연계형'과 '교과통합형'이다. 실생활연계형은 일상에서 필요한 수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유형의 문제를, 교과통합형은 과학·사회·음악·미술 등 다양한 과목과 수학을 접목한 유형을 각각 일컫는다.

이런 문제를 평가할 땐 답보다 풀이 과정에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한다. 교사의 수학적 역량이 높을수록 평가 방법도 다양해진다. 따라서 교사 연수는 이번 방안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다.

다만 이 같은 평가법은 수행 평가에 국한된다. 단원 평가처럼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답을 도출해야 하는 문제에선 학습자의 다양한 사고력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 자연히 새로운 평가 기준은 초등 과정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학부모를 위한 수학교육 안내서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고득점 비결은 '쉬운 풀이'

김동원 박사는 "창의적 평가 문제 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과 논리력"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초등생들이 보내온 풀이법 중 김 박사가 '우수 답안'으로 추천한 것들이다.


박세현양의 풀이법은 갈 수 있는 경우를 모두 적은 게 특징이다. 김 박사는 “이런 풀이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고등 수학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며 “다만 역명을 일일이 적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각 역의 이름을 알파벳 약자로 나타내 시간을 줄이는 방법 등을 고려해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지연양의 답안은 김 박사가 내놓은 모범 답안과 가장 유사했다. 김 박사는 정양의 답안에 대해 “문장과 문장의 관계가 긴밀해 술술 잘 읽힌다”며 “문제를 푸는 사람은 종종 자신이 아는 내용이란 이유로 풀이를 생략하곤 하는데, 평가자 입장에선 자칫 이런 처리 방식이 논리적 비약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리아양은 문제에 나온 지하철 노선도 위에 직접 걸리는 시간을 표시하며 풀이를 시도했다. 김 박사는 "박세현양과 같은 풀이법이지만 그림을 활용, 설명이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예제를 받아든 학부모는 대부분 당황하는 눈치였다. 문진숙(38·서울 성동구)씨는 "교과서 문제와 너무 달라 아이도, 나도 놀랐다"며 "문제를 보자마자 학원을 떠올렸으며 일곱 살짜리 작은아이 걱정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경희(39·서울 양천구)씨는 "아이에게 '정답이 없는 문제'라며 안심시킨 후 문제를 풀게 했더니 금세 풀이법을 적어내더라"고 말했다.

10명 중 8명이 답을 맞혔지만 풀이에 걸린 시간은 2분부터 30분까지 제각각이었다. 최리아양은 "문제가 정말 재밌고 신기했다"며 "학교에선 이런 문제를 풀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