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CNK '카메룬 다이아' 사건의 내막_4년前부터 수상했던 다이아… 정부가 사기극 키웠나

조선일보
  • 강훈 기자
    입력 2012.01.28 03:07

    [CNK 오덕균 대표는 누구] 도자기·사우나사업 운영, 砂金 밀반입 수사받기도…
    카메룬서 광산 회사 차려, 동업자와 소유권 분쟁 중…
    [지질탐사 교수가 회사 이사] "세계 다이아 年생산 5배인 7억3600만캐럿 매장 추정"
    CNK, 회사가치 높인 뒤… 코스닥 시장 진입 성공
    [오덕균, 권력실세 줄대기] 처음엔 이상득에 접근했다 퇴짜맞고 박영준으로 선회
    정부 "자원개발 성공모델" CNK株, 한달새 5배 폭등…
    [개미들만 쪽박] 주식거래에 차명계좌 많아, 실세들 뒷거래 규명이 과제
    '미얀마 석유 광구' 등 또다른 자원개발 의혹도…

    2010년 6월 24일 오후 서울 성북동의 오보코갤러리에서 가든파티가 열렸다.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이 '오보코마샥'이라는 다이아몬드 브랜드 론칭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오덕균(46) 씨앤케이 대표는 "카메룬에서 채광된 다이아 원석으로 제조에서 소매까지 완벽한 유통시스템을 갖췄다"고 자축했다. 파티엔 각계 인사 200여명이 초청을 받았는데 국무총리실과 외교통상부 직원들이 부부 동반으로 대거 참석했다. 그로부터 반년 뒤 정부 당국은 씨앤케이가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발표했고 주가는 폭등했으며, 최근 공무원들이 주식을 미리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형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갤러리에서 뷔페와 와인, 주얼리쇼가 어우러진 파티를 즐겼던 당시 공직자들은 지금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다이아 게이트'로 불리는 씨앤케이사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AP
    ◇카메룬 광산 4년 전부터 수상했다

    오덕균 대표는 원래 자원 개발업자가 아니었다. 충북 출신으로 청주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0년대 도자기사업을 하다 부도가 났고 2000년대 초엔 수원에서 사우나사업에 손을 댔다. 도자기업체를 운영하면서 폐수를 무단 방류하다 적발된 적이 있고, 사금(砂金) 밀반입 혐의로 수사받은 적도 있다.

    당초 중국 사업을 염두에 뒀던 오 대표는 2005년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었다. 사금 채취사업을 하는 이모씨를 따라 카메룬에 갔다가 현지에 눌러앉는다. 오 대표는 이듬해 씨앤케이마이닝이라는 회사를 차리는데, 설립 과정부터 석연치 않았다. 이씨는 오 대표가 자신의 카메룬 광산 개발권과 중장비를 가로챘다고 검찰에 진정을 넣었고, 오 대표는 '허위 주장'이라고 맞고소를 했던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 중이다.

    그러다 2008년 3월 한국에서 오 대표와 관련된 놀라운 뉴스가 나온다. 씨앤케이마이닝의 요청을 받은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김원사 교수가 1년3개월의 탐사 끝에 카메룬 광산에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의 5배에 달하는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음을 확인했다는 보도였다. 수차례 현지 방문과 지질 조사를 벌였는데 카메룬 동남부지역 일부 역암층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광상(鑛床)의 추정 매장량이 7억3600만캐럿이었다는 것이다. 광물 전문가로 알려진 김 교수의 발표여서 그런지 당시 충남대가 보도 자료를 직접 뿌렸다. 이 발표로 씨앤케이마이닝과 오 대표는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당시 김 교수가 내놓은 자료에는 문제가 많았다. 씨앤케이마이닝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김 교수는 2007년 8월부터 이 회사 이사로 재직했고, 매장량 발표 직전인 2008년 2월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 교수가 비운 자리엔 그의 부인 오모씨가 대신 이사로 들어왔고 오씨는 나중에 오 대표로부터 씨앤케이인터내셔널 주식 70여만주를 주당 635원이라는 헐값에 배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가 '제3자'의 입장에서 매장량을 조사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자원개발업체 관계자는 "매장량 측정을 자기 회사 간부에게 맡기면 그게 객관적 자료로 인정받겠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그 발표 전후 주변 인사들에게 괴로움을 토로했으며 7개월 뒤 학술 행사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 교수가 측정한 자료는 이후 씨앤케이가 카메룬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물론 우리 외교부가 발표했던 다이아몬드 매장량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된다.

    김 교수 덕분에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업자로 변신한 오 대표는 2008년 말부터 코스닥 기업들과 접촉을 시작해 만화영화 등을 만드는 코코엔터프라이즈라는 기업을 만나게 된다. 경영난에 몰린 상장 기업을 자원개발업체가 싼 가격에 사들인 뒤 증자를 통해 돈을 조달하거나 주가를 올리는 방식이 코스닥시장에선 흔히 벌어진다.

    오 대표는 2009년 2월 씨앤케이마이닝의 지분 15%를 78억원을 받고 코코 측에 팔았다. 씨앤케이마이닝의 지분이 이처럼 비싼 가격을 받게 된 데는 '세계 최대'라는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큰 역할을 했다. 오 대표는 이후 코코(나중에 씨앤케이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장악했고 그해 3월 대표가 된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경호실 간부를 지냈고 공기업 감사를 한 서준석씨가 이 회사 감사로 합류했고, 오 대표의 동향 선배인 조중표 국무총리실장이 공직에서 물러나고 고문으로 영입됐다.

    서씨는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은석 당시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을 오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부터 3년간 카메룬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 대사는 2009년 5월 민·관 합동 대표단 자격으로 카메룬을 방문하는 등 이후 씨앤케이의 '홍보대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권력 실세가 필요했던 씨앤케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인 씨앤케이가 운영하는 서울 성북동 오보코갤러리. 정부의 매장량 발표로 이 회사 주가가 급등하기 전인 2010년 6월 이곳에선 국무총리실과 외교부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가든파티가 열렸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오 대표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2008년 말 1000원을 밑돌던 씨앤케이의 주가는 한때 4000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자원 개발 '약발'이 떨어지면서 주가는 다시 떨어진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씨앤케이는 재료가 노출된 상태여서 주가를 부양하려면 더욱 강력한 재료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 대표는 '권력 실세'들에게 줄을 대기 시작한다. 정형외과 의사인 김모씨가 오 대표에게 여러 정치인을 소개해줬다고 한다. 오 대표는 2010년 초 정권 최고 실세이자 자원 외교에 관심이 많았던 이상득 의원을 만난다. 오 대표는 그 자리에서 카메룬 다이아몬드사업을 소개한 뒤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지만 이 의원은 부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교수 한 명이 측정한 자료를 들고 와 도와달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의원 측은 이후 한국광물자원공사에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사업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신뢰도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원과 광물자원공사는 씨앤케이 사업이 계속 진행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이 의원에게서 별 소득을 얻지 못한 오 대표는 이번엔 또 다른 정권 실세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에게 접근한다. 이미 씨앤케이의 직원이 된 조중표 전 실장과 든든한 우군(友軍)이었던 김은석 대사가 박 전 차장이 있는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했던 터라 오 대표는 어렵지 않게 박 전 차장과 대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황제테니스 사건에 연루됐던 이모씨도 오 대표에게 정치권 인사들을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전 차장이 자원개발 외교에 대한 접근방법이 달라, 둘 사이에 상당한 거리감이 생겼다"고 했다.

    박 전 차장은 2010년 5월 오 대표와 함께 민·관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카메룬을 방문했다. 박 전 차장이 소속한 총리실은 물론 외교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 기관 소속 19명이 카메룬 정부를 상대로 사흘간 머물며 씨앤케이에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주라고 요청했다. 석 달 뒤 8월에는 카메룬 대표단이 한국을 답방했고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 전 차장을 만난다. 카메룬 대표단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지경부와 외교부가 마련한 '카메룬 에너지·광물 투자포럼'에 참석했으며 씨앤케이 측으로부터 항공비와 체재비 등을 지원받았다. '선진국'에 와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간 것이다.

    ◇사기극에 춤을 춘 정부 당국

    그리고 넉 달 뒤인 12월 17일. 외교부는 '씨앤케이가 카메룬 정부로부터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 추정 매장량은 최소 4.2억캐럿'이라는 보도 자료를 전격 발표했다. 당시 자료에는 '오 대표가 카메룬 정부의 높은 신뢰를 획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유엔개발계획(UNDP) 자료를 입수하고 다이아몬드 탐사권을 획득했다' '민간이 선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자원 개발의 바람직한 성공 모델을 창출했다'는 등 오 대표를 '미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김은석 대사는 "조그만 기업이 광산 개발권을 따낸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했다. 오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이례적 '홍보'로 1년여간 3000원 근처에서 머물던 씨앤케이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 한 달도 안 돼 1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내부 정보'를 알고 있던 씨앤케이 관계자들과 김 대사 친척 등 공직자들의 차익 물량이 쏟아졌다. 이들의 매도물량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 발표를 믿고 "주당 100만원짜리" "가격으로 환산이 안 되는 주식"이라고 여전히 흥분에 들뜬 상태였다. 작년 3월엔 '미스 월드' 당선자 세 명이 씨앤케이가 운영하는 성북동 오보코갤러리를 방문하는 등 다이아몬드사업은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한국에 다시 온 카메룬 산업부 장관도 씨앤케이를 방문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회사 주가는 6000원대까지 밀렸으나 외교부는 6월 28일 다시 씨앤케이를 두둔하는 보도자료를 낸다. 주가는 다시 뛰었고 8월 19일 장중엔 연중 최고가인 1만8500원을 찍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검찰 고발과 수사가 시작되면서 주가는 추락을 거듭했고 지난 26일 4065원으로 내려앉았다. 오 대표는 주식 거래로 803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지만 씨앤케이의 소액 주주 1만3000여명에게는 여간 괴로운 상황이 아니다.

    ◇실세와 뒷거래는 없었을까

    씨앤케이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박 전 차장과 오 대표는 "나중에 다이아몬드가 나올 거면 어떻게 할 거냐"며 맞받아쳤다.

    과연 카메룬 광산에 그 많은 다이아몬드가 묻혀 있을까. 지난 18일 금융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외교부가 공개한) 씨앤케이 자료는 현저히 허위·과장된 자료"라고 못박았다. 카메룬 광산에 대한 측정도 광물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기초 탐사만 했을 뿐 추정 매장량 산출에 필요한 정밀 탐사는 실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또 외교부가 '세계 최대 매장량'의 근거로 밝힌 UNDP 보고서에는 매장량 자료가 없거나 다이아몬드 징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공개됐다. 씨앤케이와 정부 당국의 매장량 추정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던 충남대 자료에 대해 감사원은 그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았으며 최소 매장량 '4.2억캐럿'은 씨앤케이 자체 조사 결과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카메룬 정부를 탓할 순 없다. 한 자원개발업자는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의 경우 자기 나라에 무슨 자원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잘사는 나라에서 돈 싸들고 들어와 개발 이익을 나누자면 그걸 거절할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예를 들면 서해안 방치된 무인도에 미국 기업이 임대료 내고 들어와 석유 나오면 나눠 갖자는 제의를 받은 섬 주인과 카메룬 정부의 입장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카메룬 정부가 씨앤케이에 추가 발파 검사를 제안하는 등 우리측 발표 내용이 의심스러웠을 정도였다.

    검찰은 지난 26일 씨앤케이 사무실과 오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남은 과제는 그리 많지 않다. 사기극에 동원된 박 전 차장 등이 오 대표로부터 별도의 '대가'를 받았는지를 가리는 게 핵심이다. 씨앤케이는 한때 외국인 지분이 크게 늘었고 주식 거래에 많은 차명계좌가 동원됐는데, 이런 계좌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도 밝혀야 한다. 금융위와 감사원 등의 조사 결과대로라면 씨앤케이사업은 사기극으로 시작해 정부가 보증한 희대의 주가 조작극으로 막을 내리는 형국이다.

    야당은 박 전 차장이 씨앤케이뿐 아니라 미얀마 석유 광구 개발과 관련해서도 한 중소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자원 개발을 둘러싼 현 정권의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현 정권 인사가 만든 기업과 권력 실세, 자원개발업체인 D사가 연루된 대형 게이트가 곧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CNK 사건

    2010년 12월 17일 외교통상부가 “씨앤케이(CNK)마이닝사(社)가 카메룬에서 추정 매장량이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주가가 폭등하면서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다. 국회는 이 과정에 정부 고위 관계자와 ‘정권 실세’ 등이 개입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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