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형 따내려… 학부모가 기숙사로 위장 전입

    입력 : 2012.01.26 03:05

    대입 특별전형 기막힌 편법
    농어촌 전형 노린 위장 전입 80여건 적발된 대학도… 입출국 조작·위장 이혼까지
    "부정 적발된 학생엔 대입 응시 3년간 제한해야"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소수자)를 위한 대입(大入) 제도가 예상보다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농어촌·특성화고·저소득층·재외국민 전형 등 주요 대입 특별전형의 부정 합격 의혹 사례 865건이 감사원에 의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당초 열악한 교육 여건 때문에 성적 향상이 어려운 일부 학생을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던 제도가, 엉뚱한 학생들이 편법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수단으로 변질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적발된 학생과 해당 대학에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적발된 농어촌 특별전형 부정 의혹 합격자는 55개 대학 479명에 이른다. 이들의 부모는 실제로는 도시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을 위장 이전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이 '전입'한 농어촌의 주소지는 실제로는 거주할 수 없는 곳이 많았다. 공항 활주로와 창고·고추밭으로 주소를 옮긴 사례도 있었고, 일부는 자녀가 다닐 학교의 은밀한 도움을 받아 그 학교 기숙사로 위장 전입하기도 했다. 위장 전입을 막아야 할 학교가 되레 편법 입학에 협조한 셈이다.

    학부모들은 이렇게 '요건'을 충족시킨 뒤 자녀를 농어촌 고교에 진학시켰다. 일단 자녀가 농어촌 특별전형을 거쳐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다시 원래 주소지로 이전하는 것으로 '위장 전입 코스'를 끝냈다. 위장전입을 한 부모들 중에는 교사와 경찰·군인 등도 다수 포함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합격한 학생은 고려대(80여명)에 가장 많았으며, 서울대(5명 안팎)와 성균관대·서강대·이화여대·한양대·경희대·건국대·동국대·한국외대(이상 각각 10~40명)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영주 교포나 해외 근무자의 자녀, 국적 취득 외국인, 북한 이탈 주민 등을 위한 전형이지만, 역시 제도의 허점을 노린 지원자들이 5개 대학에서 7명 적발됐다. 이들은 '2~3년 동안 외국에서 학교(고교 1년 포함)에 다녀야 한다'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체류 기간을 편법으로 연장했다. 학부모가 입출국 기록을 조작하는가 하면, 교포 자녀 요건을 얻기 위해 자녀를 해외 교포나 선교사에게 입양시킨 사례도 있었다.

    저소득층 특별전형도 직장 건강보험료 자료만을 합격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이 버젓이 입학할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차상위계층이나 소외계층이 될 수 있도록 부모가 위장 이혼한 후, 자녀를 소득이 낮은 부모 부양가족으로 서류 조작해 입시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고입(高入) 전형에도 비리가 있었다. 지난 2010년 서울 자율고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교장 추천서 전형 합격자 중 130여명의 합격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특례입학 제도가 도입된 초기부터 여러 대학에서 유명인이나 대학 관계자 자녀를 편법으로 입학시킨 일들이 있었다"며 "적발된 대학은 일정 기간 그만큼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명호 평택대 교육대학원장은 "부정이 적발된 학생들에겐 지금처럼 당해 연도 입학 취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3년 정도 대입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제도를 신설하면 편법을 막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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