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기 힘드냐고요? 밥 안 먹어도 배불러요

입력 2012.01.25 03:12 | 수정 2012.01.25 05:19

다둥이 가족들의 설날… 8자녀 이상 전국 1213가구
김석태 가족 설엔 장기자랑, 13남매 연주·노래하며 재롱
용인 '흥부네' 김정수 가족, 줄줄이 세배하는 데 1시간

설날인 지난 23일 경북 구미시 고아읍에 사는 김석태(54)씨와 엄계숙(49)씨 부부의 13남매는 경기도 이천 외할아버지댁으로 향했다. 15명 식구가 타기에는 12인승 스타렉스도 비좁다. 그러나 다섯 명의 아들과 여덟명의 딸들은 익숙하게 자기 자리를 찾았다. 김씨 가족의 설날엔 늘 '장기자랑'이 벌어진다. 13남매와 사촌들을 포함한 23명의 손자들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앞에서 1년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인다.

큰아이인 딸 빛나(25)씨는 피아노를, 다섯째인 아들 들(17)군과 여섯째인 아들 바른(15)군은 기타를 연주했다. 아홉째부터는 초등학생이다. 세 명의 딸 뜨레(12), 소다미(10), 나은(9)이는 '방과후 교실'에서 배운 바이올린을 합주했다. 열두째인 딸 가온(6)이와 열셋째이자 가족의 막내인 딸 온새미(5)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칭찬해줬다는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서툰 바이올린과 재롱에 온 식구가 한바탕 웃고 나면 떡국을 앞에 놓고 이야기꽃이 핀다.

서울 면목동에 사는 김중식·노정화씨 부부의 다둥이 가족이 7개월 된 막내 아라의 웃는 모습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13남매는 이번 설에도 엄마의 든든한 일꾼 노릇을 했다. 장보기, 설거지, 청소, 상 차리기 등 집안일을 나눠 맡았다. 엄씨는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하나둘씩 떠나더라도 명절 때는 늘 식구들이 모여서 북적거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나도 키우기 힘들다는 '무자식 상팔자' 부부들이 늘어가지만, 김씨네처럼 자녀들이 10명 이상인 가구가 2010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33가구나 된다. 8명 이상의 자녀를 둔 '다둥이 가족'은 1213가구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김중식(43)씨와 노정화(32)씨 부부는 7개월 된 막내딸 아라까지 10남매를 뒀다. 김씨가 의류공장에서 일하며 버는 100만원과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에서 지원받는 100만원을 합쳐 한 달 수입이 200만원이다. 10남매를 다 태울 승용차도 없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쉽지 않아 이번 설에는 고향인 전남 장흥에 가지 못했다. 대신 아이들은 아버지 손을 이끌고 중랑천변에 족구를 하러 나갔다.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산적을 끼우며 차례상 차리는 것을 돕지만 어머니 노씨는 "애들이 부엌으로 하나둘씩 와서 쏙쏙 빼먹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면서 "아이들 재롱을 보면 세상 힘든 일도 다 잊는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에도 다둥이 가족이 있다. 12년 전 일본에서 건너와 신승한(41)씨와 결혼한 마에다 히에로(40)씨의 자녀는 큰딸 은선(12)이부터 현재 뱃속 아기까지 모두 8남매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59㎡(18평) 규모의 집 거실은 식구들이 함께 식사를 하기에는 비좁아서 큰 아이들 따로, 작은 아이들 따로 순서를 정해서 식사를 해야 하지만, 가족은 별 불편을 못 느낀다. 마에다씨는 "일본에는 먼 친척들만 있다"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서 아이들을 많이 낳게 된 것 같다. 여럿이 뭉쳐 있으면 외로울 틈이 없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흥부네'로 불리는 김정수(50)씨와 함은주(40)씨 부부는 12남매(7남 5녀)와 함께 설을 보냈다. 설에 모인 친척들에게 아이들이 세배를 하는 데 1시간쯤 걸렸다. 올해 설에도 "흥부네 남매 세배 기다리다가 떡국 못 먹겠다"는 농담이 나왔다고 했다.

"남들은 '10명 넘는 자식들 키우느라 얼마나 힘이 드느냐'고 묻는데, 힘든 것보다 행복한 일이 더 많아요. 저희 집 보물들을 보고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가 불러서 밥값이 안 들어요". 김씨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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