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의 지식 검색 서비스는 근거 없는 의학 정보의 출처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검사를 하면 성관계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거짓말이 의학 정보로 포장돼 확산되고 있다.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불임 원인을 찾기 위한 '항정자 항체 반응 검사'가 인터넷 지식 검색에서는 여성이 남성 몇 명과 성관계를 가졌느냐를 알 수 있는 검사로 둔갑했다.

한 포털 사이트 지식 검색에 오른 "항정자 검사를 하면 성관계 여부를 알 수 있나요.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졌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는 "10명을 만났으면 그중 피임 기구를 쓰지 않은 남자들의 항체가 남는다"는 답변이 붙었다. "사실이냐" "이걸로 여자 친구의 성관계 여부를 알 수 있느냐"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지만, 지식 검색의 세상에서는 "성관계 횟수를 알 수 있다"라는 엉뚱한 답변이 의사 말보다 훨씬 더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다른 예도 있다. 얼마 전에는 "아스피린 마스크 팩을 하면 각질 제거, 여드름 제거 등 피부에 좋다"는 글이 급속도로 퍼진 일이 있다. "아스피린을 물에 녹여 바르면 (여드름 등이) 없어진다는데 사실인가요" 하는 질문이 올라오자 "쬐금 따갑긴 했는데요… 어제가 3일째로 볼록 나온 여드름이 가라앉고요… 아마도 효과 있으실 거예요" 하는 답글이 올랐다.

'아스피린 팩'에 대한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유포되자 지난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스피린, 올바르게 사용하기'라는 자료까지 배포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아스피린을 바른 마스크 팩을 피부에 대면 만성 두드러기, 발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 금지해야 한다"며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게 위험한 의학 정보가 퍼져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환자들과 상담하며 지식 검색의 오류를 바로잡느라 골치가 썩는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치과 박모(54) 원장은 "인터넷에 치아 미백 후 이가 시리거나 시큰거리는 게 당연하다는 글이 떠돌아 당연히 그런 걸로 알고 상담을 받는 사람이 있다"며 "잘못 시술된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인데, 젊은 사람들일수록 지식 검색 등에서 본 정보를 의사 말보다 더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