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대 세습 과정에서 이복(異腹)동생 김정은에게 밀려난 김정남이 아버지 김정일과 김정은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발언이 월간조선 보도로 공개됐다. 김정남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일본의 유력신문인 도쿄신문 편집위원과 150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두 사람은 작년 1월과 5월 중국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한 사이다.
김정남은 북한이 김정은 후계를 공식화한 지 두 달 뒤인 2010년 11월 보낸 세 차례의 이메일에서 "3대 세습은 사회주의에도 부합하지 않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정일도 이전엔 "세습은 나와 아버지(김일성) 업적을 망친다"고 했었으나 "북한 주민들에게 '백두의 혈통(김일성 핏줄)'이 아닌 후계자가 등장할 경우, 예상 밖의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내부 안정을 위해 3대 세습을 단행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원할 경우 협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년2개월 후인 지난 3일 이메일에선 "할아버지(김일성) 외모만 닮은 김정은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면서 "현재 김정은은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며 기존 파워 엘리트들이 북한 정권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김정일 사망 이후 떠돌던 '유럽 유학을 다녀온 20대의 김정은이 권력 기반이 안정되면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지 모른다'는 기대가 헛꿈에 불과할 걸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흘 뒤인 2010년 11월 26일 이메일에선 "북한 군부가 자신들의 지위와 존재 이유, 핵보유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저지른 도발"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 고집에 대해선 "열강 사이에서의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일이 중국 상하이를 가보고도 끝내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지 못한 데 대해선 "체제에 대한 위협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2011년 7월 27일 이메일)고 했다. 김정일의 큰아들이고 김정은의 맏형인 김정남은 북한이 백성을 먹여 살리는 개혁 개방보다 핵무장 등 군 우선 정책을 고집한 것은 김정일은 체제가 위태로워질까봐, 군부는 자기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굶어 죽어가는 주민을 외면해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정남은 "중국 발전상을 직접 보고 체험했다"면서 북한 지도부에 경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경제가 살려면 외자가 들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외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정남은 북한 권력 다툼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그의 동생 나라에 대한 비판은 패자(敗者)의 넋두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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