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걸린 안데르센 동화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2.01.17 03:10

    구이진 '끝나지 않는…'展

    구이진의 2010년작 '날지 않는 새들의 섬1'. /금산갤러리 제공

    나들이옷을 입고 새 구두를 신은 소녀는 주인 마님이 부모님 드리라고 준 커다란 빵을 들고 고향으로 향한다. 도중에 커다란 물웅덩이를 만난 소녀, 구두가 젖을까봐 걱정돼 웅덩이에 빵을 던지고선 빵을 밟고 웅덩이를 건너려고 한다. 소녀가 빵 위로 발을 내딛자 빵은 진창 속으로 깊숙이 빠지더니 소녀와 함께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다.

    안데르센 동화 '빵을 밟은 소녀'는 식구들의 허기보다 제 구두의 안위를 걱정한 소녀의 비참한 말로를 그린 이야기다. 다음달 5일까지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개인전 '끝나지 않는 유년기'를 갖는 구이진(38)은 이 이야기에 매료됐다. 전시작 20여점 중 10여점이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다. 연작 '날지 않는 새들의 섬'은 먹음직스러운 빵 위에 놓인 아름다운 구두와 그 구두에 갇혀 날지 못하는 새들을 그린 유화. 구이진은 "'빵을 밟은 소녀'는 삶의 우선 순위를 무엇에 두는가의 이야기다. '안전지대'처럼 보이는것에 우선 순위를 두더라도 그것이 적절하지 않은 거라면 결국 '족쇄'가 된다"고 했다.

    구이진은 특이한 경력의 작가. 이화여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나와 북아트(book art)로 전공을 바꿔 2001년 런던 캠버웰 예술학교에 유학했다. "유학시절 시간 날 때마다 미술관에서 얀 반 에이크, 크라나흐, 한스 멤링 등 유럽 옛 화가들의 그림에 푹 빠졌죠. 신화, 전설, 옛 이야기를 소재로 그리는 화가들이 많은 걸 보고 '나도 내 길을 가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이번 전시에는 이외에도 마법사에게 납치당한 소녀의 모험담을 그린 그림 형제의 동화 '하얀 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도 나온다. (02)3789 -6317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