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늘의 세상] 베이징에 나타난 김정남… 아버지 사망 묻자 "자연이죠"

입력 2012.01.16 03:12

[김정일 사망 한달만에 공항에]

―마카오 가나, 혼자 다니나… "늘 그렇죠, 혼자 다니죠, 뭐"
―장례식엔 다녀왔느냐… "아, 네, 네"
―장남이니까 동생들 보살펴야… "네, 그래야겠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41)이 김정일 사망 후 한 달 만에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남이 지난 14일 오후 베이징을 방문하고 마카오로 돌아가기 위해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3터미널 내 에어차이나(Air China)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와 탑승 게이트 등에 앉아 있는 모습이 박승준 전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등 복수의 한국인 여행객에 의해 목격됐다. 그는 군청색 패딩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하늘색 야구모자를 썼으며 짙은 갈색 가방을 든 평범한 여행객 차림이었다. 동행은 없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정남이 이날 처음 목격된 것은 오후 2시 45분(한국시각 오후 3시 45분)쯤 에어차이나 비즈니스 라운지에서였다. 라운지 안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다고 그를 만난 한 사업가가 전했다. 김정남은 이 사업가가 '한국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제가 어떻게 한국을 갑니까"라고 대답했다. 메모지에 '평화통일'이라는 글자를 써달라는 요청에 영어로 'peace(평화)'라는 글을 썼다고 한다.

이로부터 1시간 30분 뒤인 오후 4시 15분쯤에는 마카오행 '에어차이나 3603편'을 탑승하는 게이트 앞에서 박 교수 등 일행 2명과 부딪혔다. 게이트 앞 대기장의 좌석에 홀로 앉아 있던 김정남은 박 교수가 '김정남씨 아니냐'고 묻자, 놀란 표정으로 일어서며 "네,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마카오로 가는 길이냐, 늘 혼자 다니느냐'는 질문에는 "늘 그렇죠, 이렇게 혼자 다니죠, 뭐"라고 답했고, '아버지(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놀랐겠다'고 하자, "자연이죠(누구나 피할 수 없는 자연적 운명이라는 뜻인 듯)"라고 말했다. '(평양에서 열린) 장례식에 다녀왔느냐'는 질문에는 "아, 네, 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장남이니까 동생들 잘 보살펴야겠다'는 말에는 "네, 그래야겠죠"라고 답했다.

김정남은 살이 아주 많이 쪘고, 공항 내부가 덥지 않은데도 땀을 많이 흘렸다. 갈색 손가방을 무릎 위에 놓고 대기장 좌석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는 등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말투는 일본인이 한국말을 하듯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 중국 당국의 경호 인원 등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비즈니스 라운지에서는 여유 있게 인터넷을 둘러봤다고 한다. 김정남을 태운 마카오행 비행기는 이날 오후 4시 40분쯤 베이징 공항을 이륙했다.

김정남은 지난주 베이징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는 김정남의 첫째 부인 신정희와 아들 금솔(15)이 살고 있다. 그는 김정일 사망 이전까지만 해도 2~3개월에 한 번씩 베이징을 찾았다.

베이징 외교가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은 김정일 사망 이후 줄곧 마카오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며 지냈으며 평양에서 열린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측이 발표한 장례위원 명단에도 오르지 않았다. 다만 평소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던 며느리 신정희와 손자 금솔이 평양으로 가서 조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 12일 김정남이 이 신문에 보낸 이메일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며 동생 김정은의 권력 승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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