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 환경칼럼] 일본이 계산한 '원자력 전기의 진짜 가격'

조선일보
  • 한삼희 논설위원
    입력 2012.01.13 23:10 | 수정 2012.01.13 23:34

    한삼희 논설위원

    작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원자력 전기의 진짜 가격'이라는 칼럼을 썼다. 원자력 당국은 원자력 발전단가(單價)가 ㎾h당 39원밖에 안 된다고 홍보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원전 해체철거 ▲사고 피해보상 ▲입지를 둘러싼 사회 갈등의 4가지 비용까지 감안해야 진짜 가격이 나온다는 주장이었다. 국민이 부담하는 진짜 가격이 나와야 발전원(源)별로 미래 에너지 구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합리적 논의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그 시도를 했다. 작년 10월 초 총리실 산하에 전문가 10명이 참여한 '코스트 검정위원회'를 구성해 8차례 회의를 거쳐 지난달 19일 보고서를 내놨다. 일본은 2004년에도 발전원별 단가를 내놨지만 그땐 발전설비의 건설비·운영비·연료비만 따졌다. 당시의 원자력 전기 발전단가는 ㎾h당 5.9엔(약 89원), 석탄화력은 5.7엔(86원)이었다. 이번에 검정위원회는 ▲추가 안전대책비 ▲정책 경비 ▲사고 대응비의 세 항목을 추가했다. 추가 안전대책비란 후쿠시마 사고 후 노심손상·수소폭발을 막기 위한 보강설비 비용으로 원자로당 194억엔(2910억원) 들었다. 정책 경비는 입지 확보를 위한 지역지원비와 기술개발비 등으로 원자력 업계 전체로 연간 3193억엔(4조7895억원)이었다. 사고 대응비는 사고 원자로의 해체철거비, 오염토양 정화비, 주민 피난·재(再)정착비, 영업 손해, 재산 피해, 정신적 피해 등을 합한 것이다. 위원회는 현재까지 확인된 비용만 5조8000억엔(87조원)이라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이 힘들다는 것이다.

    검정위원회는 숨어 있던 이런 비용을 드러낸 후 '원자로 50기를 가진 일본에서 40년의 원자로 수명 동안 이번 같은 대형사고가 한 번 발생한다'는 가정 아래 발전단가를 다시 계산했다. 그 값이 ㎾h당 '적어도 8.9엔(134원) 이상'이었다. 8.9엔은 '확인된 피해·복구비만 감안한 최저(最低)값'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2004년보다 적어도 50% 상승한 수치다.

    검정위원회는 석탄화력에도 '숨은 비용'이 있다고 봤다. 일본은 교토의정서에 가입해 온실가스 삭감 의무를 지고 있다. 위원회는 EU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시장의 이산화탄소(CO₂) 거래가를 참고해 'CO₂ 감축 대책비'를 계산했고, 그것까지 더한 석탄화력의 발전단가는 ㎾h당 9.5~9.7엔이었다. '적어도 8.9엔 이상'이라는 원자력과 우열을 따지기 힘든 수치다.

    얼마 전 우리 에너지 당국이 공개한 ㎾h당 발전단가는 원자력 39.7원, 석탄화력 60.8원이었다. 풍력과 태양광은 원자력의 2.7배, 14.3배라고 했다. 일본이 계산한 풍력의 발전단가는 원자력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2.5배, 태양광은 3~5배 수준이었다. 풍력·태양광은 앞으로 기술발전과 대량생산 효과로 발전단가가 대폭 떨어질 여지가 크다.

    우리 원자력 당국은 원전 해체철거비를 기(基)당 3251억원으로 잡고 있다. 일본은 그 3.1배인 680억엔(1조200억원)으로 추정했다. 우리는 원전 설비이용률이 91.2%나 되는데 일본은 70%로 잡고 있다. 설비이용률이 높으면 발전단가가 떨어진다. 설비이용률이 높은 건 좋은 일이지만 혹시 무리한 운전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든다. 정부는 원자력 전기의 비중을 2010년 34%에서 2030년엔 59%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원자력을 비롯한 각 발전원별 진짜 단가를 제대로 계산해 전력 구성의 종합청사진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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