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힘있는 자여, 주변 여자들이 恨을 품게 하지 말지니

조선일보
  • 강훈 기자
    입력 2012.01.14 03:04 | 수정 2012.01.15 17:00

    수백억 횡령혐의 김학인 한예진 이사장… 여인들이 '수사 열쇠'

    폭로 방아쇠 역할

    김씨 돈관리 전담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던 무속인 모녀
    사이 틀어져 원수지간 돼 검찰에 비자금 장부 제공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인 정용욱(49·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인(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한예진) 이사장의 사건 주변에는 7~8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이 이번 사건의 방아쇠 역할을 했고, 향후 수사결과도 이들에게 달려있다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예진에서 297억원을 횡령·탈세한 혐의로 구속된 김 이사장은 친구인 정용욱씨로부터 "여자관계를 조심하라"는 노골적인 조언까지 들었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와 피부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임모 원장. 조선족으로 알려진 그는 김 이사장과 모 대학원 최고위과정을 함께 다니면서 가까워졌다고 한다.

    임 원장이 병원을 설립할 때 김 이사장이 경제적으로 큰 보탬을 줬을 정도로 둘 사이는 한때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 혹은 '정 차관'으로 불렸던 정씨와 자주 어울렸는데, 이들이 만나는 자리에 임 원장이 여러 차례 동석했다고 한다. 민주통합당 주승용 정책위원장은 최근 "김 이사장 소개로 정씨를 알게 된 임 원장이 다시 정씨를 통해 최시중 위원장을 알게 되었다"면서 "최 위원장 부부가 임 원장으로부터 피부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평소 가까운 인사들에게 자신의 인맥과 로비력을 과시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런 김 이사장의 발언을 자주 들었을 인물 중 한 명으로 임 원장이 지목받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시한폭탄' 계속 있다

    방통위 최시중 최측근인 정용욱과 김씨의 거래의혹
    강남의 성형외과 女원장이 사건 전모 알고 있을 가능성

    게다가 임 원장과 김 이사장은 금전적인 문제로 현재 사이가 틀어진 상태여서 임 원장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 측에선 임 원장의 출신 대학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등 개원(開院) 과정뿐 아니라 임 원장이 방송에 자주 출연했던 것도 권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 원장은 외국에서 의과 대학을 나왔으며 처음엔 산부인과를 전공하다 성형과 피부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에 있는 그의 병원의 등록자 명의는 임 원장으로 돼 있다.

    무속인 김모씨와 그의 딸도 김 이사장 주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무속인 김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김 이사장과 가깝게 지냈고 김 이사장이 청주 흥덕에서 무소속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을 때도 선거 운동을 돕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의 딸을 김 이사장이 있는 한예진에 취직시켰는데 이 여성이 경리담당으로 일했던 최모(37)씨다. 최씨는 한예진의 자금 관리를 전담했다. 김 이사장과 가족처럼 지내왔던 이들 모녀는 그러나 김 이사장의 여성 편력 등을 이유로 지난해 원수지간으로 돌변했고, 검찰을 무대로 지금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김씨의 여성편력

    한예진서 밀접했던 여직원 김씨에 무시당하다 퇴사
    비리자료 가지고 김씨 압박
    여배우 등 교제여성 더 있어

    297억원 횡령·탈세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 뉴스1
    최씨 측은 김 이사장의 비자금 장부와 횡령 탈세 내역 등을 담은 자료를 검찰에 제공한 반면, 김 이사장은 최씨 측이 자신을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고 주장하면서 최씨를 구속되게 만들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어머니 김씨와 함께 김 이사장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지난해 경기 파주에 있는 유명 한식당 '명가원'의 소유권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매매 가격이 16억여원으로 알려진 명가원은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로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

    김 이사장에게 한을 품은 여성은 더 있다. 한예진에 근무했던 박모씨로 김 이사장과 밀접한 사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박씨는 김 이사장에게 무시당하다 퇴사를 했고, 한예진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김 이사장의 비리를 담아 김씨 모녀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모녀와 박씨가 검찰의 강력한 우군(友軍)이 되어 김 이사장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들 외에 김 이사장 주위엔 '여성 참고인'들이 많다. 김 이사장은 유명 종교인의 딸과도 깊은 관계를 맺었고 둘 사이엔 아들이 한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이 여성에게도 가끔씩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여배우 K씨와, 탤런트 L씨의 부인도 김 이사장과 교제했으며, 이들 역시 언제든지 '시한폭탄'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의 부인 문모(44)씨의 주변도 눈여겨보고 있다. 문씨는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지난해 김 이사장과 결혼했으며 현재 서울 이태원 고급빌라에서 살고 있다. 김 이사장은 등록금 횡령 과정에서 문씨의 계좌를 자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김 이사장을 적극 옹호하면서 무속인 김씨 모녀 등이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여러 여자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마무리를 잘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애인이나 운전기사의 서운한 감정이 대형 사건의 폭로를 초래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했다.

    한편, 야당에선 EBS 이사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김 이사장의 로비 상대로 알려진 정용욱씨뿐 아니라 그의 부인 신모씨도 조사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씨는 최시중 위원장의 개인 비서였는데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주택공사 비서실에 근무하다 청와대 직원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재작년 이혼한 정씨와 지난해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15일 김학인 이사장 사건이 불거진 직후 태국으로 출국했는데 검찰의 수사 상황을 미리 알고 해외로 도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는 정씨는 최근 지인을 통해 "터무니없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알려왔습니다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임모 성형외과 원장은 14일자 조선일보 B3면 보도와 관련, “김 이사장과 사귄 것은 맞지만 돈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방송통신위 측에 대한 로비 의혹에 관련되어 있지 않고 아는 내용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임 원장은 “최시중 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으나, 김 이사장의 로비 자금을 전달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로비가 아니라 의술을 인정받아 오래전부터 방송에 출연하는 등 학력과 경력도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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