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의 열정이 새로운 세상을 만듭니다"

입력 2012.01.12 03:11

'서울대 공대생 비전 멘토링' 현장을 가다
서울대 공대생들, 우수 학생 유치 두 팔 폭넓은 전공·높은 취업률 등 장점 설명
"학과·진로·인생 생각해 본 시간" 호응

"고2에 올라가면서 이과를 선택했는데, 어떤 진로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참가했어요."

(대전 대신고1 권대혁군)

지난 7일 오후 3시, 350여명의 이과 고교생이 서울대 신공학관에 모였다. 서울대 공과대학 우수 학생모임인 '공우'(STEM·SNU Tomorrow's Edge Membership)가 개최한 비전 멘토링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공우 회원들이 공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생에게 진로 결정과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강연이다. 5회째인 이번 강연은 접수 하루 만에 신청이 마감됐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이렇게 강연에 나선 이유는 '이공계 기피 현상'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2012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화학생물공학부에 합격한 학생의 학부모가 '의대에 진학하고 싶으니 서울대 합격을 취소해 달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대 최연소 합격으로 화제를 모았던 학생도 이공계 대신 다른 대학 치의예과를 선택했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고자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우수 학생 유치에 직접 나선 것이다.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실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학문 배운다

비전 멘토링 1부 강연 '공대를 말하다'에서는 기계항공공학부 3학년 조남훈씨가 발표자로 나서 공과대학을 설명했다. 그는 "공우 회원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공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공학은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창조물을 세상에 내놓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만유인력의 법칙'과 '인공위성'의 관계를 이용해 공학을 설명했다. 뉴턴이 자연현상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했다면, 공학은 이를 활용해 인공위성을 만들어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공대에서 배우는 전공 설명은 어려운 전문 용어를 쓰는 대신, 고등학생의 눈높이에서 이뤄졌다. 실생활에서 각 전공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우 회원들은 고교생들이 쉽게 접하는 것들의 사진을 꺼내 들었다. "여기 스마트폰이 보이죠?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는 어떤 공대 전공이 활용될까요?"라는 질문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스마트폰의 전기식 터치스크린이나 전기회로에는 전기공학, 화면에 쓰인 강화유리에는 재료공학, 소프트웨어 구성에는 컴퓨터공학이 활용되며, 스마트폰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는 산업공학 등이 쓰인다는 설명에 고교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경희여고 2학년 최서진양은 "각 전공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을 알고 공대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각 학과·학부에서 바탕이 되는 교과목을 알려줘 학생들이 전공 선택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에너지자원공학은 지구과학이 기본이기 때문에, 지구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 고려해볼 만하다는 실제적인 조언이 이어졌다.

전공 이름 때문에 생긴 오해를 풀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가령, 건설환경공학은 건물을 짓는 데 쓰인다고 잘못 아는 학생이 많다. 하지만 건설은 건축학과에서 하고, 건설환경공학은 다리나 도로, 터널 등 기반 시설을 만들며 도시를 설계하는 학문이다. 진다정(경북 봉화고1)양은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 있어 에너지자원공학과에 진학할 생각만 했는데, 다른 학과에서도 신재생 에너지를 다룬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우 회원들은 공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양한 진로'를 꼽았다. 창업을 하거나 기업의 CEO를 꿈꿀 수 있고, 기술 행정직이나 특허 관련 변호사로 활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밖에 높은 취업률이나 고임금, 국제교류의 기회가 많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들 강근형(서울 한가람고1)군과 함께 강연에 참석한 류재경(45)씨는 "입시설명회와 달리 대입 전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인생과 진로, 학과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 안 하면 무용지물

2부 강연 '공우가 전하는 공부법과 꿈 이야기'의 발표자로 나선 이상희(화학생물공학부 3학년)씨는 공우 회원의 공통된 공부비법으로 △학습 계획하기 △긍정적인 마음 갖기 △공부 환경 만들기 △휴식하기 △실천하기 등 5가지를 들었다.

학습계획을 세울 때는 '큰 그림부터 그릴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이번 겨울 방학에는 부족한 수리 과목을 공부한다는 큰 계획을 세웠다면, 방학 1주차는 벡터를 공부한다는 주간계획을 세우고, 첫째 날 오후에는 벡터의 기초를 한다는 식으로 세부 계획을 짠다. 단,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정하는 등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계획을 너무 세세하게 세우면 전체 계획을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는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꼽았다. 며칠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바로 성적이 오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좌절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

"물에 열을 가해도 100도가 되기 전에는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아요. 온도가 변한다고 믿으면서, 계속 열을 가해야 물이 끓는 데까지 도달할 수 있죠.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당장 성적이 변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공부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죠.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우리 심장이 뛸 때, 'do and do and do'라는 소리가 난다는 걸 아나요? 심장도 우리에게 실천하라고 말하는 거예요."

공우 회원들은 5가지 공부 비법을 '줄기'에 비유하며,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뿌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뿌리란 바로 '꿈'이다. 전기공학부 4학년 성영규씨는 "공대에 입학할 당시 나에게는 꿈이 없었다. 1학년 말부터 전공 관련 책을 모두 찾아보고 교수님과 상담하면서 '전기공학'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다. 꿈이 생긴 뒤로 '전기공학이 마치 여자 친구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하며 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시간에 걸친 비전 멘토링 강연을 마친 후 공우 회장 정상재(건설환경공학부 4학년)씨는 "형, 누나의 입장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한 공대 이야기, 동생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고 했다. 부회장 김진솔(에너지자원공학과 3학년)씨는 "참석한 학생들이 공대에 흥미를 가지고, 앞으로 공부를 '맛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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