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남북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 될 수도

입력 2012.01.11 03:17

[韓·中 FTA, 동북아 지정학적 판도 바꾸나] <上>외교 안보 측면
G2 시대의 숙명 - 통일에 가장 큰 변수는 중국, 경제·사람 관계 긴밀해지면 북한문제 풀 접점 찾기 쉬워

이르면 다음 달부터 협상이 시작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단순한 경제 협정을 넘어선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뒤흔들 수도 있는 외교·안보적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중 FTA, 좋은 외교적 카드 될 수도"

정부의 핵심 당국자는 10일 "한·중 FTA는 앞으로 남북통일까지 이끌어내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다른 당국자는 "북·중 관계는 안보 우선의 정치적 관계이고, 북한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기대는 상태이지만, 한·중 관계는 더 근본적인 경제적·인적 교류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한·중 FTA는 북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기회의 창(窓)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우리는 북한을 안정적으로 다루고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에 여러 방안을 제안해 왔지만,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외피(外皮)를 두른 한·중 FTA를 통해 두 나라 간 접촉면을 크게 넓히는 것이 우리에게 외교·안보적 카드도 늘려주는 효과적인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후 북경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고려대 김성한 교수는 "한·중 FTA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에 대한 접점을 만들어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급사(急死) 이후 급변 사태 가능성, 탈북자 문제 등 한·중이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은 상황에서 한·중 FTA라는 협의 채널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역시 한·중 FTA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윤덕민 교수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포위 전략을 쓰는 상황의 탈출구로 한·중 FTA를 개시하자고 요청한 측면이 있다"며 "한·중 FTA는 우리의 좋은 외교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010년 말 현재 한·중 간 연간 무역은 한·미(902억달러), 한·일 간 무역액(925억달러)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1884억달러에 이른다. 한·중 FTA를 통해 '경제동맹'이 가속화될 경우, 중국이 지금처럼 남북한 통일 문제에서 소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중 간 경제협력이 심화되고, 한·중 교류·협력이 튼튼해진다면 '한국 주도의 통일 한반도'를 두려워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동북아 지정학적 구도에도 영향

한·중 FTA는 동북아의 지정학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금껏 동북아 안보 지형은 한·미·일 중심의 태평양 측과 중국·북한이 맞서는 냉전(冷戰)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되고, 그에 따른 경제협력이 급속히 강화되면 이런 전통적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서강대 허윤 교수는 "한·미 FTA를 한국의 좌파 세력이 반대한 것은 한·미 동맹 강화를 싫어했기 때문"이라며 "한·중 FTA는 경제적 측면에서 일종의 동맹인데, 우리가 미국·중국과 동시에 '동맹'을 강화하는 데 대한 세밀한 국민적 합의와 깊은 전략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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