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왕따'와 '패거리 정치' 심리는 닮은꼴

조선일보
  • 김보연 성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입력 2012.01.09 23:30

    김보연 성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최근 '왕따(ostracism)' 문제가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치·사회 지도층도 당국이나 학교도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듯하다. 정신건강의 관점으로는 왕따 문제나 타협하지 않는 패거리 정치 문제가 대동소이한 현상으로 보인다.

    '왕따' 행위에 가담하는 기본적인 심리는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이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집단에 충성심을 보이게 된다. 또래 집단에 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외로움은 부모와의 유대의 경험이 빈곤할수록 심해진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경험하면 심한 불안을 느끼고 억지로, 불안정한 상태로 관계를 맺고, 의지할 친구·동료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외로움이 장기화되고, 자존감의 만성적인 결함이 생기면 타인을 비방·비난하는 버릇을 학습하게 된다.

    미국 정신의학자 설리반은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은(그 외의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존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요즘 SNS 등으로 편을 가르는 패거리 의식을 전파하는 일부 사람들의 심리행동을 잘 설명해 준다.

    이렇게 자기보호 위주로 성격이 발달한 상당수의 사람이 타인과의 부당한 비교를 통해 자신의 불안을 줄이는 탁월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 일부 지지층에서 인기를 끄는 '나꼼수'는 안타깝지만, 저급한 말과 행동, 그리고 상대에 대한 비난과 패거리 구분이 특징적이다.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상당한 '왕따'의 심리나 행동 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관찰된다.

    물론 남을 존중하면서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과 경쟁하도록, 또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을 배워 왔다. 성적이나 경쟁 위주의 교육과 문화는 학생들의 자존감을 약화시키고, 분노가 자라 남을 비방·비난하는 문화가 되어, 이 사회에 보복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 등에서 조그만 잘못을 부풀리고 매도하고 깎아내리는 저급한 문화의 확산도 사실은 왕따와 '친척' 관계다. 결국 왕따는 경찰이 교내 상주하거나 징벌 강화만으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끊임없는 소통으로 유대감과 친밀감이 높은 건강한 가정과 학교에서는 왕따가 발붙이지 못한다는 데서 힌트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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