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봉투에 떠내려가는 한국 집권당과 제1 야당

조선일보
입력 2012.01.09 23:30 | 수정 2012.01.09 23:47

집권 한나라당과 차기 집권을 노리는 제1 야당 민주통합당의 돈선거가 차례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를 판이고, 정당정치 자체가 대지진을 앞둔 붕괴의 공포에 휩싸였다. 검찰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에 들어갔고, 민주통합당에선 원외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오는 15일 열리는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돈봉투 폭로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 폭로자인 고승덕 의원은 9일 기자회견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이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 돈 300만원과 '박희태'라고 쓴 명함이 담긴 노란색 봉투를 보내와 곧바로 돌려주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당시 돈봉투를 받았던 여비서가 돈을 전달하러 온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이 들고 있던 쇼핑백만 한 가방에 자기에게 건넨 것과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더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돈봉투를 뿌렸다는 심증(心證)을 갖게 하는 이야기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박 의장에게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박 의장은 "나는 그때 평당원이었기 때문에 명함도 들고 다니지 않았다"면서 "돈봉투를 주거나 돌려받은 일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검찰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의장은 2008년 4월 18대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친이계는 총선 석 달 뒤 박 의장을 당대표 후보로 낙점하고 조직을 총동원해 선거운동을 폈다. 검찰 수사는 박 의장의 돈봉투 인지(認知) 여부와 그 자금이 어디서 흘러들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민주당 돈봉투를 폭로한 영남의 원외 당협위원장은 어느 대표 후보 측에서 50만원을 주려 해 거절했고 지금도 돈을 돌리는 조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인터넷매체는 돈봉투로 논란이 된 후보자 측이 지역책임자에게 500만원, 중간 책임자에겐 100만원씩을 돌린다는 사실을 증언한 사람이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자체 진상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당법은 정당 지도부 경선 때 돈을 건넨 사람, 받은 사람, 이런 행위를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사람 모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권에선 현직 국회의장이, 야당에선 당대표 후보 중 한 사람이 검찰에 불려가고 경우에 따라선 돈을 받은 여야 의원 다수가 수사를 받게 될 처지에 몰렸다. 검찰 수사로 집권당과 제1 야당이 사실상 붕괴되고 정당정치와 대의(代議)정치가 동시에 침몰할 수도 있다. 국민은 폐허(廢墟) 위에서 정치를 새로 시작하더라도 정당 부패는 여기서 끝장을 내자는 심정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