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주강국들에 둘러싸인 한반도

조선일보
  •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2.01.06 23:07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본이 우주무기 개발이 가능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우주기본법'을 만들며 자위대가 정찰위성을 방위 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은근슬쩍 바꾸더니, 이제는 우주개발을 군사목적으로 드러내 놓고 활용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일본은 1969년 중의원 이름으로 '우주의 평화 이용 원칙'을 선언해 국제사회에 평화 이미지를 구축하며 우주의 군사기술을 축적해 온 나라다. 중국이 2011년 11월 우주에서 인공위성 도킹에 성공하면서 세계 3번째라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일본은 1997년 11월 이후 H-2 로켓으로 목표 위성과 추적 위성으로 구성된 기술시험위성 '키쿠 7호'를 쏘아 올려 3번에 걸쳐 도킹에 성공했다. 중국과 달리 조용하고 은밀하게 우주기술을 이미 축적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인 것이다.

우주기술은 평화와 군사 양면으로 쓰이는 이중기술이다. 인공위성은 태풍 예측과 자연재해 관측 등 평화적으로 활용되지만 첩보 수집의 군사 목적으로도 쓰인다. 로켓 능력을 독자적으로 보유했다면 기상위성을 쏘아 올릴 수도 있지만 대륙간탄도탄(ICBM) 등 미사일 능력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로켓 개발 관계자에게 일본의 우주기술 중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도킹' 기술이라 말했다. 도킹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은 우주에서 상대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말도 된다. 대륙간탄도탄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대륙간탄도탄은 지상에서 발사하여 우주공간을 비행한 뒤 대기권에 다시 진입해 지상의 목표물을 향한다. 따라서 대기권 재돌입 실험에 성공해야 대륙간탄도탄 기술이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1994년 2월 오렉스(OREX), 1996년 하이프렉스(HYFLEX) 비행체를 발사해 지구 재돌입에 성공시켰다. 또 일본은 약 6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 즉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춘 나라다. 지구 상 물체의 크기와 모양을 파악할 수 있는 군사용 인공위성의 정찰능력도 약 30cm급으로 미국의 10cm에 근접할 날이 멀지 않았다. 미국이 독주하는 GPS 기술도 일본 독자의 준(準)천정위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인과 화물을 보낼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외에는 러시아와 일본뿐이다. 미국이 발사에 1조원 가까이 드는 우주왕복선 운용을 그만두자 화물 운송을 일본의 H-2B 로켓이 담당하게 될 만큼 일본은 우주강국이다. 일본의 우주개발이 중국과 달리 유난스럽지 않은 것은 주변국들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다는 일본의 정책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우주 행사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비와 구름에 상관없이 지상을 관측할 수 있는 레이더위성 아리랑 5호가 러시아 로켓에 의해 발사될 예정이고, 광학위성인 아리랑 3호 인공위성이 일본의 H-2A 로켓에 의해 일본 규슈 남쪽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우주로 올려 보내진다. 과학위성 3호도 러시아의 힘을 빌려 발사될 예정이고, 10월 나로호 3차 발사도 러시아의 1단 로켓이 무사히 작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모두가 우리의 독자적인 로켓 능력이 없어 외국의 힘을 빌려 발사한다. 2021년을 목표로 개발하는 한국형 로켓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모두 우주강국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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