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전화받았을 때 정말 놀랐어. 네가 병원에 입원했다니…. 내가 지금 벌을 받는다고 해서 용서가 다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야. 시간이 지나서 나중에 만나면 그때는 정말 진심으로 사과할게. 미안해…."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상처를 줘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 왜 '욱' 하는 마음을 못 이기고 너를 때렸을까…. 정말 후회하고 있어."
아이들은 자기가 때린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며 후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맞은 친구가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미안한 마음에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한 문장을 썼다 한숨을 쉬고, 또 한 문장을 썼다 펜을 내려놓기를 반복하던 진영(가명·14)이는 "나한테 맞은 ○○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 싶었다. 다시는 친구를 때리거나 왕따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30일 청소년 비행 예방을 위해 법무부가 운영하는 '안산대안교육센터'에서 조촐한 '졸업식'이 열렸다.
학교 폭력, 성폭력, 흡연 등의 잘못을 저질러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5~10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30여명의 아이들은 소감문에 "앞으로는 (너희와) 잘 지내고 싶어"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을게"라며 후회하는 마음을 털어놨다.
지은 잘못에 따라 주당 10시간의 특별교육을 받는데 교육생의 30% 정도가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다.
처음 센터에 들어온 아이들은 당당했다. "그 아이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나를 기분 나쁘게 쳐다봤기 때문에" 때렸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2~3일간 피해 학생들의 처지가 돼 생각해보고, 피해자가 고통받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본 아이들은 180도 변했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쳐들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아 울상을 지었다. 얼마 전 학교 폭력 동영상을 봤던 태성(가명·16)이는 "세상에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학교에서도 즉각 효과를 보였다.
법무부가 매년 9월 실시하는 학교 폭력 재발 방지 조사 결과, 90~95%의 학생들이 교육 이후 비행을 멈췄다.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에 깜짝 놀란 일선 학교에선 "다른 아이들에게도 교육을 해달라"며 센터에 신청을 해왔다. 2008년 453건이던 교육 요청이 올해 917건으로 3년 만에 2배로 늘었다.
한상익 안산대안교육센터 소장은 "단 일주일만 교육을 해도 아이들은 자기 잘못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다"며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가해자 관리에도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