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에서 한국 축구의 '드림팀'을 볼 수 있을까.

런던올림픽은 한국 축구 최초로 메달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기성용(23·셀틱)·구자철(23·볼프스부르크)·지동원(21·선덜랜드)·손흥민(20·함부르크) 등 올림픽팀 연령대(23세 이하)의 유럽파 스타들이 나서고, 와일드카드(3장)로 영국 런던에서 뛰는 박주영(27·아스널)과 부상에서 회복 중인 프리미어리거 이청용(24·볼턴), 경험이 풍부한 이정수(32·알 사드)나 정성룡(27·수원) 등이 합류한다면 사실상 월드컵대표팀이나 다름없다.

축구의 본류(本流)인 유럽 팀들이 전통적으로 올림픽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더구나 올해는 6월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2) 이후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유럽 팀들이 정상급 프로 선수들을 차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은 "런던올림픽은 지도자로서 한번 승부를 내고 싶은 무대"라며 "감동이 있고 원대한 스토리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홍명보호(號)가 지금까지 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올림픽팀 경기는 FIFA(국제축구연맹)가 정한 A매치에 해당하지 않아 프로팀이 선수 차출에 응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유럽파 스타들을 최종예선에는 전혀 부르지 못했다. K리거들과 함께 팀의 주축을 이루는 일본 J리거들도 소속팀 사정으로 차출에 애를 먹었다. 작년 11월 카타르와 원정 2차전(1대1 무승부)에선 일본 J2리그 쇼난 벨마레에서 뛰는 한국영이 유일한 해외파였다.

홍 감독은 K리거와 대학 선수들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극대화해 이 난국을 돌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과 함께 A조에 속한 한국은 반환점을 돈 현재 2승1무(승점7)로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종예선에선 조 1위 팀만이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2위 팀은 다른 조 2위 두 팀과 플레이오프를 벌여 살아남는 한 팀이 아프리카 4위인 세네갈과 마지막 승부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가시밭길이 따로 없다.

"지금까지 결과에 만족한다"고 한 홍 감독은 오는 2월 5일 사우디, 22일 오만과 최종예선 4·5차전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올림픽 본선행(行)을 결정할 중동 원정 2연전이다. 홍 감독은 이를 대비해 작년 12월 25명의 소집명단을 발표했다.

이번엔 김보경(세레소 오사카)·김영권·조영철(이상 오미야) 등 일본파가 9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J리그에서 오래 선수생활을 한 홍 감독이 일본 내 인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소속구단을 설득한 결과다. 지난해 전북을 K리그 챔피언에 올려놓은 최강희 감독이 신임 국가대표 사령탑이 되며 선수 차출도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젊은 선수를 선호한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경우 대부분의 선수가 올림픽팀과 겹쳤지만 최강희 감독은 베테랑 선수를 중용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최 감독과 홍 감독은 오는 3일 오찬 모임을 가지고 대표팀 운영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눌 예정이다.

올림픽대표팀은 6일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전지훈련을 한 뒤 11일 태국으로 이동해 킹스컵에 출전한다. 홍명보호는 이 대회에서 대만(15일)과 덴마크(18일), 노르웨이(21일)와 차례로 맞붙으며 다가올 중동 2연전에 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