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_"나의 버팀목들과 영예로운 출발 하고파"
외로움을 견디는 자는 외로운 자와 구별되지 않는다. 언젠가 나는 이렇게 썼다. 영원히 침묵할 것 같은 새벽 하늘아래에서, 내게주는 마지막 충고였다. 길고 긴 몸살 끝에 어떤 낯선 시간이 나에게 도래했고, 나는 하나의 비밀을 가슴에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비밀을 나의 가장 순수한 날들의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싶다.
수취인 없는 편지에 응답해 주신 두 분, 이남호 선생님과 박혜경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학문에 대한 자세를 가르쳐주신 하정일, 김재용 선생님, 김재홍, 박주택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순수한 열정을 선물해주신 민승기, 서용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승현 형님, 학형 김학중 시인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한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부모님과 이 영예로운 출발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나를 지켜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1980년 대전 출생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심사평_김수영 문학 모호함의 본질, 깊게 포착해
숨어 있는 비평적 재능들이 점점 소수정예화되는 듯하다. 올해는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투고된 원고의 수가 예년에 비해서 다소 줄어든 편이었으나 범상치 않은 역량을 보여주는 몇몇 원고들로 인해 심사의 자리는 치열했고 또 즐거웠다. 심사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논의된 글들은 ‘조용한 혼돈, 주체 혹은 페르소나’와 ‘아이의 귀환, 모글리 신드롬’ 2편이었다.
‘아이의 귀환…’은 지난 10년 동안 있었던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시를 쓰는 젊은 시인들의 출현(글쓴이에 따르면 ‘모글리들의 출현’)에 주목하고, 그들의 시를 꼼꼼하고 끈질기게 읽어내려 애쓴 글이다. ‘늑대소년’에서 시 해석의 모티프를 가져온 발상도 흥미롭고 소통의 장벽을 넘어 시 속에 감춰진 의미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꽤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글의 흐름이 젊은 시인들의 시적 경향과 연결된 보다 확장된 논의로 나아가지 못한 채 각 시에 대한 개별적인 논의의 틀 안에 머물러버리고 만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조용한 혼돈…’은 김수영 문학이 지닌 아주 중요한 지점을 관통하는 글로 주목받았다. ‘정해진 것’으로서의 윤리, 정치, 문학을 말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부정하고 해체하고 머뭇거리는 김수영 문학의 모호한, 아니 모호함으로써 명징한 어떤 본질을 매우 깊이 있게 포착하고 있다. 김수영이 왜 김수영인지를, 혹은 왜 김수영이어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또한 성찰케 하는, 거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상당한 내공을 짐작케 하는 의미 있는 글이라고 판단하였다. 앞으로의 많은 활동을 기대한다.
이남호·박혜경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