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일기장 못보고 체벌도 못해 교사 손발 다 묶어놓고 책임만 묻나"

조선일보
입력 2011.12.30 03:02

일선 교사들의 하소연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은 전국적으로 30만명에 이르는 왕따(집단 괴롭힘) 학생 피해의 심각성을 공감하면서도, 그 책임을 교사들에게만 물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해 학생에게 팔굽혀펴기 같은 벌도 주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 생활 지도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좌파 교육감이 들어선 이후 이런 경향은 강해지고 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울산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 후 정년퇴직하고 학교에서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배모씨는 "아이들의 폭력 정도는 갈수록 심해져 학생을 지도하고 싶어도 못 한다"며 "게다가 문제 학생을 벌주지도 못하게 하고, 이런 와중에 일부 학생은 학교에서 온갖 폭력을 휘두르고 다닌다"고 말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교사 대부분은 '손과 발이 다 묶인 상태에서 어떻게 생활 지도를 하느냐'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에서는 교사들의 학생 소지품 검사, 일기장 검사(초등학교)를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일선 교사들은 "왕따 아이의 심리 상태를 읽는 방법 중 하나가 아이들 일기장을 보는 것인데, 이를 못하게 하면 생활 지도가 그만큼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학생 책가방 안에 담배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는 것이 요즘 학교 현실이기도 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폭행당하는 실정인데 누가 나서서 왕따 가해자들을 지도하려 하겠느냐"며 "문제 학생을 퇴학시키지 못하는 지금의 학교 상황은 교사들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0년째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왕모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분위기"라며 "교사들이 생활 지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며, 그래야 왕따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왕따가 학교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인터넷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쳐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협의해 '반(反)왕따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일부 교사는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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