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함 찾은 가해 학생 "정말 미안해" 편지

입력 2011.12.30 03:02 | 수정 2011.12.30 03:11

대구 자살 중학생 유골 안치 유리벽에 "못난 친구가…" 쪽지 붙이고 가
다니던 학교, 숙연한 종업식 - 金군 반, 시청각실 따로 모여 "가슴이 멘다, 부디 잘가거라"
추모공원 찾은 담임·학생들 -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 경찰, 가해 학생 2명 영장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14)군이 다닌 대구 수성구 중학교에선 29일 오전 겨울방학을 맞는 종업식이 열렸다. 각자 교실에 모여있던 다른 학급과 달리 김군 반 학생 38명은 학부모 대표 및 교직원 등 10여명과 함께 시청각실에 따로 모였다. 무겁고 어두운 표정이었다.

국민의례에 이어 교감이 시청각실 앞 연설대에서 김군과 지난 7월 자살한 이 학교 박모(14)양을 위한 추도문을 읽었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작별을 고한 우리 아이들. 선생님도 아프고, 친구들도 가슴이 아프단다. 눈 내리는 추운 길을 걸어가면서도 간혹 한 번씩 학교를 향해 뒤돌아볼 것 같아 선생님 가슴이 멘다. 부디 잘 가거라…."

대구 자살 중학생 급우들 '눈물의 종업식'…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생 김모(14)군의 반 학생들이 29일 오전 교내 시청각실에서 김군의 명복을 빌며 묵념하고 있다. 이 반 학생 38명과 학부모 대표 및 교직원 등이 시청각실에서 따로 가진 이날 종업식에서는 교감이 추도문을 읽었고, 반별로 따로 종업식을 갖던 교내 전 교실에 방송됐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추도문은 학교 전체에 방송됐고 학생들이 훌쩍이기 시작했다. 교사와 학부모들도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조모(14)군은 "그냥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 얼굴에서도 방학을 맞은 설렘은 찾아볼 수 없었다. 1학년 김모(13)양은 "하늘나라로 먼저 간 오빠의 사연이 가슴 아프다.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종업식이 끝난 뒤 김군의 담임교사는 반 학생 3명과 함께 김군 유골이 안치된 팔공산 도림사 추모공원을 찾았다. 숨진 제자 앞에 선 담임교사는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다음 세상에서 우리 다시 좋게 만나자"며 고개를 떨궜다.

자살한 대구 중학생 김모(14)군에게 가해 학생 중 1명인 우모(14)군이 보낸 사과 편지.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이에 앞서 지난 28일 오전 10시 30분쯤 이 추모공원엔 가해 학생 중 1명인 우모(14)군이 찾아왔다. 청바지에 검은색 코트를 입은 그는 김군 유골함 앞에 섰지만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대신 우군 할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유골함 정면 유리벽을 쓰다듬으며 "아이고 아까워라…. 아까워서 우짜노"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로 보이는 다른 여성이 그의 등을 살며시 밀며 "무슨 말이라도 해" 했지만, 우군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양손을 모아 기도만 했다. 10여분쯤 뒤 건물 밖으로 나온 우군 가족은 승용차를 타고 추모공원을 떠났다가 3분쯤 지나 되돌아왔다. 우군이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시 나왔고, 차량은 추모공원을 빠져나갔다. 우군이 재차 다녀간 김군 유골함 앞 유리 벽면엔 하늘색 바탕의 쪽지 1장이 접힌 채 붙어있었다. 이젠 영원히 볼 수 없는 친구에 대한 미안함이 담긴 사과 편지였다. 쪽지엔 '○○아. 여기 못난 친구 △△가 왔어. 정말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꼭 넌 좋은 곳에 갈 거야. 평생 동안 너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살게. ○○아, 정말 미안하다. 못난 친구 △△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29일 김군을 괴롭힌 서모(14)군과 우군 등 2명에 대해 상습상해·강요·공갈·협박 등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군을 괴롭힌 또 다른 김모(14)군은 불구속 입건했다. 배봉길 수성경찰서장은 "이들은 형사 미성년자(만14세)를 갓 넘긴 어린 나이지만 범행 기간이 길고 자살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으며, 도가 지나친 범행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군과 우군이 '내일, 모레 계속 (김군을) 물에 처넣자' '이번에는 너도 도와라' 등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범행을 사전 모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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