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인터뷰] "김군의 메시지 결코 헛되지 않게…"

조선일보
입력 2011.12.30 03:04

[우동기 대구교육감이 본 자살 중학생 사태]
"처절하고 참담했다" 제도·장치·분위기 바꿔야
학부모 소환제 등 도입… 부모 동의 기준 완화해야

"숨진 김군의 유서는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새로운 '국민교육헌장'을 던졌습니다. 결코 김군의 유서가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우동기(禹東琪) 대구교육감은 김모(14)군이 숨진 지난 20일 유서를 보고서 한참을 울었다. 이튿날 오전 멱살 잡힐 각오로 장례식장을 다녀왔고, 오후엔 교육청 전 직원 300명을 불러 모아 직접 김군의 유서를 읽었다.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이후 우 교육감은 네 차례에 걸쳐 대구의 교장·교감들을 모아놓고 직접 유서를 읽어줬고, 시민들께 머리숙여 사과했다.

29일 그를 만났다. 보자마자 "광주와 청주에서 또 죽었답니다"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자살 중학생 사태'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대구의 한 중학생 자살사건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는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강호 기자
대구의 한 중학생 자살사건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는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강호 기자

―유서를 처음 봤을 때 심경은 어땠는가.

"처절하고 참담했다.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은 없다. 기성세대로서, 부모로서, 대학총장을 지낸 교육자로서 분노와 슬픔이 겹쳤다. 김군의 유서는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소중한 가치를 말하고 있었다."

―대구 교육계가 학교폭력으로 엉망이 된 분위기다.

"하루 빨리 수습돼야 한다. 교육계뿐 아니라 가정과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등 모두가 힘을 보태줘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적대관계가 돼서는 절대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은 현장의 교사들인 만큼 모두가 믿고 교사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살펴본 대구교육의 학교폭력 실태는 어떠했나.

"학생들의 중도 탈락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 자살학생 비율도 높지 않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학생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와 '친한친구프로그램'도 운영 중이고, 초·중·고 전 학교에 안전지킴이를 배치한 곳도 대구 뿐이다. 자살방지메뉴얼도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졌다. 그러면 무슨 소용이냐.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열심히 했는데도 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나.

"우선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봤다. 그동안 제도와 사회적 장치, 사회적 분위기가 교사들의 운신의 폭을 좁혔고, 교사들은 한계를 느껴왔다. 그러나 한 아이가 어른들에게 던진 이 메시지는 결코 그 한계에 대한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했다. 제도와 장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에 한계를 가져다 주는 제도와 장치, 사회적 분위기는 무엇인가.

"지난 10년 진보교육 바람이 남긴 것들이다. 학생인권, 물론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학생 인적사항 파악도, 학생의 심리치료도 부모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체벌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교사들이 학생과 가까워질 수는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 놓은 '약속(법과 규범 등)'을 지키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판사의 판결을 조롱하고, 경찰서장을 폭행하고… 법과 규범은 쉽게 어기면서, 개개인은 이해관계에 따른 일방적 잣대로 사회에다 많은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아이들은 방종·방임에 놓여 있다. 이래서야 어떻게 바르게 자랄 수 있겠나."

―앞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이 있는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경찰의 원스톱 서비스처럼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조사와 상담, 치료, 대안교육, 법률지원 등이 한꺼번에 이뤄질 수 있는 '학교폭력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또 학생이 문제를 일으켜 학부모를 부를 때 성실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학부모 소환제'도 만들 계획이다. 개인적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면 경찰에 고발조치 할 수 있는 강제성이 있어야 하므로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중도탈락한 학생들을 위해 방송통신중학교 설립 및 방송통신고등학교 교육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제도적으로는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하는가.

"우선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현행 '전학'에서 교육감 지명학교로의 '강제전학'으로 고쳐져야 한다. 또 학생의 징계에 있어 현행 출석정지 부분을 1회 10일 이내, 2회 20일 이내, 3회 30일 이내 등으로 점차 가중치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범죄소년의 연령을 현행 '13세 이상 19세 미만'에서 '12세 이상 19세 미만'으로 고쳐야 하고 촉법소년 연령도 12세로 낮춰야 한다. 또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거나 심리치료 명령 학생의 치료부분에 대해선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부분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김군과 가해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군이 남긴 메시지가 한 번 달아올랐다가 식어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그리고 가해학생들도 처벌을 받고 나면 결국 교육의 품안에 다시 돌아와야 할 것이다. 그때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육감이 기다리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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