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1500년 전 일본에서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난 20일 오전 일본 최남단 섬 규슈(九州)의 오이타현 우사신궁(宇佐神宮). 일본 천황을 주신으로 모시는 신전에는 모양이 익숙한 범종(梵鐘)이 보존돼 있었다.

종의 음향을 조정하는 음관인 용통(甬筒), 부처가 종을 모신 곳에 내려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비천상(飛天像), 전면에 젖꼭지처럼 튀어나온 유두(乳頭)까지…. 청동으로 주조한 전형적 신라시대 범종이었다.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한 것이란 게 학계 추정이다. 정영호 단국대 교수는 "정교한 종 주조 기술이 없었던 일본이 우리에게서 약탈해 신처럼 보존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일 일본 오이타현 우스키석불군에서 정영호 단국대 석좌교수가 제28회‘일본 속 한민족사 탐방’행사 참가자들에게 백제·신라와 일본의 불교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대표 공익사업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이 지난 18~23일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에서 진행됐다. 이번 28번째 행사엔 전국 교사 368명, 일반인 131명 등 571명이 동행했다. 신한은행·포스코·CJ제일제당이 후원했다.

이들은 2만3000t급 크루즈선과 버스로 부산~후쿠오카현 하카다항~세토나이카이~오사카~나라~교토 등을 오가며 선조들 발자취를 찾았다. 손승철 강원대 교수는 "한일 양국은 우정과 배신의 역사를 되풀이했다"며 "통신사의 '믿음'을 근간으로 양국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규슈 다자이후(太宰府). 660년 나당 연합군에 멸망한 백제 유민이 신라 공격에 대비해 세운 백제식 토성과 산성이 남아 있었다. 서정석 공주대 교수는 "지식인들로 구성된 백제 유민 4000여명이 일본 고대국가의 근간을 세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