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00억달러 돌파, 세계적 수퍼항만으로 비상, 세계 최고 수준의 랜드마크 '영화의 전당' 준공, 아시아 4대 국제회의 도시로 도약, 시립박물관 개관…. 사흘을 남긴 신묘년 한 해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은 어느 해보다 힘찬 질주를 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집중 현상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방의 꿈과 희망을 지켰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좋은 일도 많았지만 탈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숨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되돌아 보면 마음 뿌듯한 기록, 성과들이 더 많았다.
먼저, 올 한 해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울산의 '지역 연간 수출 1000억달러 달성'. 박맹우 울산시장은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소득 5만달러인 덴마크, 석유부국 이란의 지난해 국가수출액과 같은 연간 수출 1000억달러 돌파는 인구 100만명 규모의 도시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위업"이라고 자랑했다.
박 시장은 또 "전쟁을 겪고 반세기 만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대한민국의 중심에 울산이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대한민국 근대화의 메카인 울산이 이제 수출 2000억달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부산항만공사(BPA)도 이날 "올해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이 1600만개(약 6m짜리 컨테이너 기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올 연말까지 부산항 누적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615만개를 기록할 것으로 BPA는 추산했다. 컨테이너 1600만개는 한 줄로 이을 경우 지구 둘레(약 4만㎞)를 약 두 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이다.
부산항은 1984년 컨테이너 100만개를 처리한 이후 1988년 200만개, 1998년 500만개, 2003년에 1000만개를 각각 돌파했다. 노기태 BPA 사장은 "부산항이 올해 연간 컨테이너 1500만개 이상을 처리하는 '수퍼항만' 반열에 세계 5번째로 올랐다"며 "부산항 역사에 영원히 남을 쾌거"라고 말했다.
이처럼 동남권은 대한민국호의 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 그렇다고 돈과 경제만 전부는 아니다. 문화, 경관, 생활환경 등 삶의 질 또한 올해 많은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체감적 공원 부족'이란 오명에 시달리던 부산은 지난 8월 11일 옛 하얄리아 미군부대 부지에 조성되는 부산시민공원 기공식을 가졌다. 부산 한 가운데 있는 이 공원이 문을 열면 시민들의 삶의 질은 한 단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9월 29일 개관한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안 '영화의 전당' 또한 하나의 기록. 1678억원을 들여 지은 이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랜드마크. 영화의 전당 김승업 대표는 "'영화의 전당'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등에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의 건물"이라며 "이런 세계 최고가 많아지면 부산의 도시 품격, 가치도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1월 29일~12월 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렸다. 160개국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이 행사는 부산의 위상을 한껏 높여줬다. 부산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도시로 부각된 것이다. 세계 통신 올림픽이라는 'ITU 전권회의'(2014년)도 부산에 유치됐다.
김수익 벡스코 사장은 "이로써 부산은 국제회의 유치에 있어 아시아 4위 도시로 성장했다"며 "아시아 순위 4위권 도시 중 수도가 아닌 도시는 부산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경남도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10차 당사국 총회'의 성공적 개최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 주행사장과 해인사 일원에서 지난 9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45일간 열린 대장경 축전은 당초 목표한 150만명을 초과한 2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 성공적 축제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월 21일 막을 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10차 당사국 총회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총회에는 UNCCD 194개 당사국 중 161개국, 6400여명이 참여,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올해 '부산의 10대 히트상품'으로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 한국 야구의 전설 최동원 선수, 국제시장 등의 씨앗호떡, 부산 술의 자존심 '즐거워 예' 등을 선정했다. 영화의 전당, 세계원조개발총회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부산발전연구원 측은 "이태석 신부, 최동원 선수 외에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정치적 폭풍을 몰고 온 안철수 원장, 꼬꼬면의 이경규 등 올해 부산 출신 인사들의 활약이 눈부셨다"며 "이런 사람들의 힘이 부산의 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반면 명(明)에 대한 암(暗)도 없지 않았다. 새로운 랜드마크 '영화의 전당'이 준공됐지만 부실시공 시비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점 등이 '옥에 티'로 지적됐다. 또 지역 금융계를 강타한 부산저축은행사태, 동남권 신공항 유치 갈등과 무산 등의 어려움도 있었다.
수입 목재를 사용해 만든 '짝퉁 거북선' 논란 역시 오점으로 남았다. 경남도는 33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3층 구조의 거북선과 판옥선 각 1척을 복원했다. 그러나 통영해경의 수사결과 사용된 목재의 81%가 저가의 수입산 소나무로 드러나면서 시공사 대표가 구속됐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도감독이 소홀했던 데 대해 경남도의 책임이 있다"며 사과했다.
이와 함께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연말 발표하는 광역자치단체 청렴도에서 부산이 16개 시·도 중 꼴찌를 차지하는 등 부·울·경 동남권이 끝에서 1~3위의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