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꿎은 학생 죽음 선택했는데… 학교는 "지금 여론 안 좋아 가만히 있지만…"

입력 2011.12.28 03:11 | 수정 2011.12.28 04:08

최재훈 사회부 기자

"자살한 애 영웅 만들 일 있습니까. 다른 애들이 멋있게 보고 뛰어내리면 어떡하려고 책상에 꽃을 놓아 둡니까."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14)군이 다녔던 대구 수성구 모 중학교 교감은 "김군 책상에 꽃이라도 하나 놓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교감은 "하루 항의 전화가 수십통씩 걸려 오고, 청와대니 교육청에서 수시로 보고하라고 해 업무가 마비됐다"며 "최근엔 김군 책상에 놓아 달라며 꽃을 갖고 오는 시민들까지 있어 다른 아이들이 동요할까 봐 돌려 보내고 있다"고 했다.

김군이 숨진 지 꼭 일주일이 지난 27일 이 학교 교무실 분위기는 험악했다. 기자가 들어가 교감과 인터뷰하자 한 교사는 욕설을 하면서 "불 질러놓고 불구경 하러 왔나"하고 고함을 질렀다. 잠시 후엔 "남의 눈에 눈물 내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 나는 법이지"하며 혼잣말을 했다. 다른 교사는 "자기 자식도 당해봐야 알지"하면서 교무실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교사들이 이처럼 격앙된 이유는 뭘까?

교감은 언론보도 스크랩을 보여주며 "사건 하나로 일주일이나 시달렸다"며 "지금은 여론이 안 좋아 가만히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잘못된 부분을 다 바로잡을 것"이라 했다. 김군이 수개월 동안 공포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음을 선택할 동안 사태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학교다. 갈수록 포악해지는 학교 폭력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가해 학생들이) 평범하다"고만 하는 교사들이다. 올 들어 이 학교에서 학생 2명이 자살했고, 현재까지 3명이 사법처리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은 분노와 슬픔에 힘겨워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가해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하라"며 10만명 서명운동이 시작돼 현재 1만4000여명이 서명했다. 숨진 김군을 애도하는 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학생들의 고통보다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앞세우는 학교와 교사들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는 걸 학교와 교사들이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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