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생인 서군의 어머니가 A군의 어머니에게 보낸 사과 메시지.

"평소 아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게 가장 후회됩니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학생 중 한 명인 서모(14)군의 부모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통화 내내 목소리는 겨우 들릴 정도로 작았다. 전화를 빨리 끊으려는 듯 대답은 짧았다.

서군의 어머니 송모씨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며 "지금은 조사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군과 또 다른 가해학생 우모(14)군은 현재 학교로부터 '등교 정지 10일' 처분을 받았고 수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송씨는 "제 아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엔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감히 뭐라고 말씀드리겠나. 지은 죄가 너무 커 죄송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그러곤 이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서군의 아버지 역시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죄송할 따름"이란 말만 두어 차례 반복하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숨진 김군의 부모는 가해학생 부모들과 만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서군의 어머니는 이번 사건 발생 후 김군 부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자 지난 26일 '연락이 닿지 않아 몇 자 남깁니다. 찾아뵙고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우군의 부모 역시 지난 23일 김군 집을 찾아갔다가 부모를 못 만나고 나왔다.

숨진 김군의 아버지(48)는 "그분들 입장을 헤아릴 여유가 없고 아직 (그들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쯤 정상적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가해 학생들에 대해선) 용서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 임모(47)씨는 "요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홀로 남겨진 첫째 아들"이라며 "끊임없이 첫째 아들 손을 잡고 '울려고 하지 마라. 우리 ○○이 잘 보내주자. 우리는 그것만 생각하자'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숨진 김군은 2학년이 된 지난 3월부터 목숨을 끊은 지난 20일까지 290여일 중 218일 동안 845차례에 걸쳐 온라인게임에 접속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하루 평균 네 차례꼴이다. 경찰은 "같은 반 친구 서군과 우군의 괴롭힘이 얼마나 집요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가해학생 인 서군과 우군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역 조사를 통해 진술이 엇갈렸던'물고문'과'라디오 선 묶어 끌고 다니기'등 가혹행위에 대한 진위도 가려냈다. 서군이 우군에게 구체적 가혹행위 지시를 내린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경찰은 숨진 김군의 아파트 CCTV 화면을 분석해 서군과 우군 이외에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 5명이 김군 집에 드나든 사실도 밝혀냈다.

이 중 폭력과 갈취 혐의가 확인된 가해학생 김모(14)군을 27일 추가로 입건했다.